<학술> 인류와 함께한 술의 역사 (한성대신문, 524호)

    • 입력 2017-06-05 00:00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술을 마신다. 봉건시대에는 제사에 흔히 이용되는 제물이었으며, 현대에는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촉매제로 활용된다. 우리는 술로 기쁨을 표시하기도 하고 슬픔을 달래기도 한다. 과연 술은 언제 시작됐으며, 어떻게 발달해온 것일까?
 
술의 기원
술이 처음 등장한 곳은 <구약성서> 노아의 방주 이야기.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신이 인간에게 분노해 대홍수를 일으켜 세상을 멸망시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야기 속에서 신은 노아만을 살려주었는데, 노아는 자신을 살려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술을 만들어 신께 제사를 드린다.
이 내용만으로는 술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현재 유대인이라 불리는 민족이 신께 제사를 드리기 위해 술을 제조했고, 자연스럽게 당시 유대인이 살고 있던 소아시아 일대에 전파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견해에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술이 소아시아 지역에서 중동지방을 거쳐서 이집트, 중국, 그리스, 로마, 몽골, 유럽 등 세계적으로 퍼졌다고 보고 있다. 지역마다 자라는 작물이 달라 점차 다양한 종류의 술이 전해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마시는 와인이나 맥주 등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와인은 소아시아에서 시작한 포도 농사가 이집트까지 확산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와인은 그리스 지역을 거쳐 이탈리아 남부와 리비아로 퍼졌다. 로마시대에 이르러서는 와인 산업이 크게 확산됐는데, 로마의 세력 팽창에 따라 와인도 유럽을 거쳐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맥주는 소아시아 일대에서 양조법이 전해짐에 따라 이집트에서도 만들게 됐다. 와인과 마찬가지로 맥주도 그리스, 로마를 거쳐 유럽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후 중세시대에 이르러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금식 기간 동안 맥주를 대신 마시게 됐고, 10세기부터는 맥주에 홉을 넣어 쌉쌀한 맛을 추가한 것이 세계로 전파됐다.
우리나라의 전통주인 탁주는 삼국시대부터 전해왔다는 설이 있다. <가락국기>에 수로왕이 제사를 지내기 위해 요례를 빚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여기서 를 탁주로 보는 견해다. 이후 고려시대에 이르러서 탁주라는 구체적인 명칭이 문헌에 등장했다. 이후 조선시대부터 집집마다 탁주를 제조하면서 더욱 다양한 모습을 가지게 됐다.
 
양조법의 발달
초창기에는 술을 제조할 때 단순히 작물을 수확해 물과 항아리에 같이 넣어 발효시키는 단순한 방법을 사용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증류 기술이 생겨났는데, 이는 이슬람 사람들이 향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견해낸 방법이다. 향수를 제조할 때는 향이 되는 주재료를 증류기에 넣어서 고열을 가한 뒤 증기로 만들고, 그 증기를 냉각수로 식혀 다시 액화시키는데, 이를 술 제조에 응용해 증류주를 만든 것이다.
증류 기술이 생겨남에 따라 그 전까지와는 다른 높은 도수의 술이 생겨났다. 증류 기술은 십자군 전쟁을 통해 유럽에 전파됐고, 몽고가 유럽까지 세력을 넓히면서 아시아 일대에 알려졌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 때 몽고의 침입으로 증류 기술이 전파됐는데, 특히 개성과 안동에 몽고의 병참기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서 소주가 크게 발달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발효법과 증류법을 모두 사용하고 있지만, 화학식 방법으로 술을 제조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가 자주 볼 수 있는 희석식 소주다. 이 술은 무수주정을 물로 희석하고 설탕, 포도당, 구연산 등을 첨가해 만든다. 여기서 무수주정이란 물을 함유하지 않은 알코올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대에 이르러 정부가 양곡 수급을 조절하고 적정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내기 시작하면서, 증류식 소주보다는 희석식 소주가 많아지게 됐다.
 
이처럼 술은 계속해서 변화해왔고, 지금까지도 우리의 일상생활에 함께하고 있다. 앞으로도 술은 인류와 계속 함께할 것이다. 과연 미래에는 어떤 술이 등장하게 될까? 인류와 역사를 같이해온 술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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