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개강을 앞둔 어느 날,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지난 설에 고향에서 만난 이후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건만 마침 대전의 한 학교에서 안경학과를 다니고 있는 친구가 서울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며 만나자고 연락이 온 것이다. 결국 여기에 서울에 있는 한 친구를 추가했고, 남자 셋이 맥주를 마시면서 서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안부도 묻고 자연스레 이런 저런 세상사에 관한 이야기도 하게 됐다. 모두 군대를 제대하고 슬슬 취업에 대한 걱정을 시작하는 고학년이라 그런지 대화의 주제는 주로 우리들의 불안한 미래와 취업이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무얼 하고 싶은지 이야기하던 중, 돌연 안경학과를 다니고 있는 친구가 자신은 본인의 전공과 관련된 직업이 아닌 공무원을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이유인 즉슨 공무원은 다른 직업보다 안정적일뿐더러,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도 연금으로 노후 걱정을 덜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던 다른 친구는 “너도 공무원이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뒤이어 그는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친구,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친구 그리고 아예 경찰 공무원이 된 친구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별다른 비전 없이 그저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우리들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최근 들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기사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더욱이 이번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소방관, 사회복지사 등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대하는 정책을 내놓으니, 하나라도 아쉬운 사람들이 공무원시험으로 더욱 몰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청년실업과 취업난으로 허덕이는 요즘, 마땅한 스펙 없이도 시험만 잘 보면 승부를 볼 수 있고, 시험에 붙기만 하면 노후까지 보장된 공무원에 많은 이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공무원을 더 증원하는 것이 과연 청년취업난의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 마땅히 취직할 곳이 없다며 너도 나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켕기는 건 아마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이한신(경영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