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에 접어드는 지금, 우리 학내 상황을 무어라 욕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개강은 교직원에게도 학생에게도 언제나 고통스러운 일이며, 작년에 곧 죽을 것처럼 위태로웠던 학교 사정도 그럭저럭 안정됐고, 연일 논란을 일으키며 도입된 트랙제로 들어온 신입생들도 멀쩡히 학교를 다니고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에서도 문제없이 완전히 벗어났으며, 늘 뭔가 문제가 터졌던 수강신청도 이번엔 무사히 넘어갔다. 이렇게 늘어놓고 보면 암운이 드리운 것은 학교가 아니라, 분명 광명이 함께 할 거라 한때 생각했던 내 편집국장 생활뿐이라는 판단에 도달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물론 비교과포인트 관련 제도가 무통보로 개혁되는 것은 조금 유감이지만, 이전까지의 문제에 비하자면 이 문제를 칼럼까지 가져와 물어뜯기에는 미안할 정도다.
언론이 빛을 발하는 때는 뭔가 심각한 위기상황이라는 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최순실 스캔들로 나라가 떠들썩했던 때에는 JTBC, 한겨레, 조선일보와 같은 언론들이 제각기 특종을 터트리며 국민적 관심을 차지했고, 우리학교에 관련된 중대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한성대신문>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블로그의 히트수는 쭉쭉 상승한다. 이런 시각으로 보자면 우리학교처럼 뜨겁다기보다는 ‘차가운’ 이 상황은 언론에게 그다지 달가운 일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사회가 안정되기 시작하자, 언론 역시 ‘적폐’로 지목되어 영 힘을 쓰지 못하는 지금 상황을 보면 답은 보다 명확해진다.
이런 상황에 오면 가장 큰 문제점은 세상도 언론에게 차갑다는 점이다. 아니, 그 이전에 언론 자체가 딱히 필요하지 않다. 새로운 소식은 SNS에 누구보다 빠르게 공유되며,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제각각의 분석을 쏟아낸다. 간담회 내용은 즉시 정부의 웹사이트에 릴리즈 될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의 SNS 계정에서 즉시 이와 관련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학교는 어떤가? 물론 우리가 일반 학생들이 접근하기 힘든 정보를 다루더라도, 문제 제보나 그에 대한 반응은 학내 커뮤니티가 압도적으로 빠르다. 이미 공지사항에 대문짝하게 난 행사를 구태여 신문지면에서 다시 보고 싶어 하지 않은 것도 한몫한다.
이번에 한 기자가 취재 도중 “요즘 한성대신문은 왜 학교를 강하게 비판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차갑게 남아있지 말고 뜨거워지라”는 독자의 질타라고 생각한다. 물론 비판할 일이 없는데도 구태여 만들어내는 것은 언론이 아니다. 그 독자도 그런 의도로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판적으로 사건을 지켜보는 것은 언론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차가운 시대에 뜨거워지는 것. 그럼에도 일부만 보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이것이야말로 언론이 가지고 있는 책임이 아닐까.
이주형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