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칵테일> 기사 양반, 80년대로 갑시다 (한성대신문, 525호)

    • 입력 2017-09-04 00:00
작품: 택시운전사
연도: AD 2017
작자: 장훈
 
택시운전사는 2017년에 개봉한 작품으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를 소재로 한 영화다. 서울에서 택시운전사를 하고 있는 김만섭(김사복)이 민주화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광주를 취재해야하는 위르겐 힌츠페터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당시 제3자가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에서 받는 충격을 잘 다루고 있다. 또한 작품 전체적으로 1980년대의 사회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 역시 주목할만하다.

<택시운전사(2017)>는 최근 그 제목을 모르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영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천만 명이 넘는 인원을 80년대의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하 민주화운동)’ 속으로 던져놓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동일한 사건을 다룬 영화들은 존재했지만, 관객수가 천만이 넘은 것은 이 영화가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이 작품을 관통하는 사건이 민주화운동인 만큼, 이 작품을 통해 역사를 논하라고 한다면 응당 민주화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민주화운동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택시운전사>가 보여주는 1980년대를 바라보도록 하자.
1980년대의 시발탄이 된 것은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가 발포한 총탄에 의해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당한 ‘10.26 사태라고 할 수 있다. 연도상으로는 1979년에 일어난 일이지만, 이 사건이 향후 신군부의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후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주축으로 한 군사 사조직 하나회가 정승화 총장을 체포해 군 실권을 장악하는 ‘12.12 사태가 벌어졌고, 바로 그 이듬해, 우리가 알고 있는 <택시운전사>가 시작된다.
당시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대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사회적으로 어수선했는데, 영화에서 줄곧 표현되다시피 대학생들이 연일 가두시위를 벌였고, 이를 진압하는 군경들과 일상적으로 충돌이 일어났다. 한편으로는 3S(Screen, Sports, Sex) 정책이라는 우민화 정책을 실시했는데, 택시운전사인 김사복이 위르겐 힌츠페터를 픽업하는 곳에 <춘자씨>와 같은 낯부끄러운 성인영화 광고가 버젓이 걸려있는 것도 그러한 연유다.
더불어 이 영화는 산업화의 아픔을 잡아내 이를 영화 곳곳에 녹여낸다. 김사복이 중동 노동자 출신인 것과, 독일인인 힌츠페터가 자신의 나라에 한국인 광부와 간호사가 많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를 단순히 민주화운동영화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80년대에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산업화의 기반을 다졌다. 수많은 그림자를 품고 있는 70년대와 문민정부로 대표되는 90년대. 그 사이에 위치한 80년대는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품은 우리 민주화의 성숙기였다. 70년대의 암흑을 가진 택시운전사와 시대의 사명을 떠안은 외신기자. 이들의 기묘한 만남은 우리들을 80년대로 이끌어준다.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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