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이제는 떠먹여주는 시대 '추천 알고리즘' (한성대신문, 525호)

    • 입력 2017-09-04 00:00

정보 편식·가치관 왜곡 경계해야…

미국에서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고등학생 딸이 출산용품 광고 메일을 받아 딸의 아버지가 매장에 찾아가 강력하게 항의한 것이다. 매장 점장은 매장의 실수로 판단하고 남자에게 사과했다. 그런데 얼마 후 딸이 진짜 임신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매장은 부모도 모른 딸의 임신 사실 을 어떻게 알고 광고 메일을 보낸 걸까. 미국의 할인유통업계 ‘타깃(Target)’은 고 객의 구매 이력을 분석하고 향후 구매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이 시스템 이 임산부의 특정 구매 패턴을 찾아냈고, 고등학생 딸이 임신부가 구매할 만한 품목을 샀다는 것을 발견해 광고 메일을 보낸 것이다.  이처럼 ‘가족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추천 서비스’는 과연 어떤 알고리즘으로 작동하 고 있을까?
함께 할수록 강해지는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에 공통으로 적용된 기술은 ‘협업 필터링 알고리즘’이다. 같은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은 콘텐츠 취향이 비슷할 것이라는 가정으로 만든 알고리즘이다. 쉽게 말해 철수가 A와 B 콘텐츠를 좋아하고 영희 가 B와 C 콘텐츠를 좋아한다면 철수에게는 C를, 영희에게는 A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 알고리즘에는 콘텐츠 평가에 참여하는 사람 이 많아지고 데이터가 쌓이면 추천 정확도 가 상향되는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됐다. 참여하는 사람 수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협업 필터링’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빅데이터 시대로 접어들면서 추천 서비스는 더 힘을 받고 있다. 구글, 아마존, 넷 플릭스 등의 기업은 예전부터 추천 서비스를 해왔다. 광고, 뉴스, 도서, 영화 등 복합적인 데이터를 분석해서 추천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네이버와 다음이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
지갑을 지배하는 추천 서비스
세계 온라인장터인 아마존은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어떻게 알았지?’ 하는 의문이 들만큼 고객에게 꼭 맞는 책을 추천해준다. 심지어 고객이 구입한 책을 분석한 뒤 쿠폰도 준다. 구매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책을 추천하고 할인쿠폰을 줘서 사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우리가 지갑을 열도록 어떻게 유혹하는 걸까? 아마존은 자사의 추천 서비스 ‘A9’을 가지고 있다. 이 서비스는 기존의 데이터를 통해 상품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하는데, 고객 수나 아이템 수와 관계없이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서 높은 정확도로 추천해 준다. 아마존의 추천 서비스는 소비자의 패턴을 분석하는 추천 방식이 아닌, 구매한 물건 혹은 검색한 물건을 중심으로 추천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검색하고 구매한 상품 데이터를 수집하고 상품 간 유사도를 측정한 뒤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넷플릭스의 영상 추천 시스템도 이와 비슷하다. 넷플 릭스는 만족도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영화와 사용자 취향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 를 수집한다. 실제로 사용자 시청 정보, 플레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든 경우를 분석 하며, 단순히 넷플릭스의 계정 하나만 분석하는 게 아니라 넷플릭스 계정 속 각각 의 프로필 정보도 분석한다. 그리고 PC와 모바일 등 다양한 기기에서 어떻게 콘텐츠를 소비하는지도 살펴본다. 이를 제대로 활 용하기 위한 통계 분석과 머신러닝 기술이 넷플릭스가 보유한 주요 기술이다. 
거품 낀 추천 시스템
이렇듯 추천 알고리즘은 대부분의 온라인 시스템에서 사용되고 있다. 추천 서비스는 필터링을 통해 콘텐츠를 한번 걸러서 사용자에게 제공하는데, 이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사용자의 취향을 저격할 만한 정보가 제공된다. 반대로 생각하면 나머지 정보는 보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필터버블’이라고 한다. 이 용어의 창시자인 엘리 프레이저는 필터버블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 <생각 조종자들>에서 정보를 필터링하는 알고리즘에 정치적 혹은 상업적 논리가 개입되면, 필터링을 거친 정보만 받아보는 정보 이용자들은 모르는 사이에 정보 편식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의에 의해 가치관 왜곡이 일어날 수 있음을 우려한다. 강희중(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아이템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추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추천 시스템은 결국 사용자에게 만족스런 편의를 제공할 때 그 성과가 돋보이는 것”이라며 “추천 결과에 대한 수용 여부와 그에 대한 신뢰도 평가는 결국 사용자의 몫”이라고 당부했다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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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감수 : 강희중(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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