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대학생이 강한 이유는 개강해서 (한성대신문, 525호)

    • 입력 2017-09-04 00:00

어느 날 필자는 친구에게 ‘대학생이 왜 엄청나게 강한 줄 알아?’라는 문자를 받았다. 답이 무엇인지 묻자, ‘개강하니까!’라고 답하는 친구. ‘이런 도레미친 친구야’라고 답장을 보내는 와중에 친구의 개그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난다. 이런 어이없는 이상한 농담을 우리는 ‘아재개그’라고 부른다.
‘아재개그’는 재미없는 말장난, 언어 유희, 유행에 뒤처진 개그를 의미하는 말이다. 그런데도 몇몇 사람들은 이런 유행에 뒤처진 개그를 남발한다. 그들은 남들이 재미가 없다고 타박해도 “나는 재밌는데?”라며 뻔뻔한 반응을 보인다.
그래도 웃을 여유조차 없이 바쁘게 돌아 가는 현실 속에서 툭 던진 아재개그 하나로  잠시나마 웃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가. 과거 선조들이 해학을 ‘봉산탈춤’과 ‘양반전’으로 풀어냈다면 지금 우리는 아재개그로 풀어내고 있는 듯하다.
아재개그를 사용하면 스트레스 해소가 되기도 하고, 분위기 전환을 할 수도 있다. 아재개그와 비슷한 ‘부장님 개그’도 있는데, 아재개그가 부장님 개그와 다른 것은 개그를 던지는 사람 앞에서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되며, 그 사람에게 타박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아재개그는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쓸 수 있다. 또한, 아재개그는 서로를 가깝게 만들어 준다. 한 친구가 아재개그를 던지고 듣던 친구가 타박하는 상황에서, 친구 관계는 더욱 끈끈해진다. 직장에서는 아재개그를 통해  상사와 후배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힐 수 있다. 
어떤 아재들은 아재개그 덕분에 집안 식구에게 농담을 건넬 용기를 얻는다. 식구들이 웃지 않는다고 해도 ‘아재개그니까 안 웃기면 뭐 어때’ 하고 넘기면 그만이다. 만약 웃음을 강요한다면 그건 아재개그가 아니다. 그저 권위적이고 시대 흐름에 둔한 중년 남성인 ‘꼰대’와 다름없다. 폭소든 헛웃음이 든 식구들에게 웃음을 주었다는 것이 아재들에게는 큰 기쁨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재개그를 남발하는 건 금지다. 오늘도 아재들 은 가정의 화목을 위해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한 아재개그를 하나 던져본다. “딸기가 직장을 잃으면? 딸기 시럽!”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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