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책을 놓지 않은 이야기꾼들(한성대신문, 526호)

    • 입력 2017-09-25 00:00

유치원을 다니며 선생님께 들었던 전래동화, 부모님이 사다주신 동화전집,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우리나라 전설 등.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어린 시절부터 동화에 노출 되어 왔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 동 화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래동화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것이기에 그 기원을 찾는 것은 요원한 일이지만, 그 범위를 우리나라 동화책으로 한정한다면 생각보다 쉽게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동화책의 기원은 20세기 초에 발간된 <조선동화대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조선동화 우리동무>, <조선전래동화집>이 잇따라 발간되면서 동화는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 올 수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화책이 만들어지는 데는 당대 지식인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육당 최남선과 소파 방정환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한글국립박물관 이고훈 전시해설사 (이하 해설사)개화기 시절 일본 이 우리나라를 지배하기 위해 온갖 자료를 수집한 적이 있었다. 그중에는 우리나라 전설도 포함돼 있었는데, 이를 보고 육당 최남선은 우리 이야기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이야기를 풀어냈다.
최남선은 1913, 한문 혹은 국한문 혼용체로 쓰여있던 바보 온달이야기를 한글로 바꾸어 <붉은저고 리>에 써냈고, 같은 해에 어린이 잡지 <아이들보이>우리나라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는 광고를 실어 각종 이야기를 수집했다.
이 해설사는 소파 방정환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일제 침략 이후, 아이들이 조선인으로서 정체성을 잃어가자, 방정환은 이를 안타깝게 여겼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에 게 우리나라 옛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동화에는 우리민족의 정체성이 아주 강하게 깃들어 있었고, 이를 통해 아이들은 조선어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방정환은 문예지 <개벽>을 통해 우리나라 옛 이야기를 수집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모인 이야기를 1926, 초등학교 교사였던 심의린이 집대성한 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동화전집 <조선동화대집>이다.
이렇게 첫 번째 전집이 만들어지고 난 후 1년 뒤, 1927년에 두 번째 동화전집인 <조선동화 우리동무> 한충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 전집은 이야기마다 간단한 삽화가 들어가 있고, 할머니·할아버지의 말투를 살려 동화 속에 해학적인 요소를 첨가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940년에 이르자, 세 번째 동화전 집인 <조선전래동화집>이 발간됐다. 이 해설사는 평안도 출생인 저 자 박영만은 어렸을 적부터 이야기를 매우 좋아했다. 이런 성격은 청년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고, 그 는 고향 일대를 포함한 북방 지역 이야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앞서 만들어진 두 전집이 남쪽 지방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 책은 북방 지역 이야기를 다뤄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발간되고부터 전래동화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어 더 의미가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덧붙여 그는 이 책은 소장처가 일본이어서 전시가 끝나는 대로 일본에 반납 해야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리나라 동화책은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해오는 동화들은 우리민족의 정신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잘 보존하고 발전시켜 후대에 전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은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이번 한글날을 맞아 동화 속에 담겨있는 우리 민족의 얼을 되새겨 보자.

▲1913년, <아이들보이>에 실린 육당 최남선의 ‘이야기모음’ 광고

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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