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나물 파는 청년들의 이야기, '나물투데이' (한성대신문, 526호)

    • 입력 2017-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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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1-10 10:22

땅은 기름지고 나물은 통통해도 당신만은 날씬하게!

오늘 아침, 당신이 마주한 밥상을 떠올려 보자. 고사리, 시금치, 고구마순…. 어떤 나물 반찬이 상에 올 랐나? 혹자는 나물을 입에 댄지 까마득할지도 모른다. 가격이 비싸서, 손질이 번거로워서 결국 나물 대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에 손이 간다.
하지만 나물을 손질하고 데쳐서 판매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주체가 20대 청년들이라면 어떨까. 대다수가 ‘청년들이 나물을 판다고?’라며 의아해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 정말로 나물을 파는 청년들이 있다. 나물 전문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 중인 청년기업 ‘나물투데이’ 의 목광균(28) 부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날 인터뷰에 함께 하기로 했던 서재호 나물투데이 대표는 다음 날 진행될 백화점 판촉을 준비하느라 바빠 양해를 구하고 먼저 자리를 떴다. 나물투데이 사무실 안이 분주한 가운데 목 부대표와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 ‘나물투데이’라는 상호명에 애착이 갈 것 같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나물투데이는 당일 데친 나물을 보내드린다는 취지로 시작하게 된 이름이다. ‘나물’과 ‘투데이’가 합쳐져 의미를 갖게 됐다.”

- 창업을 하고자 했다면 다른 아이템도 많았을텐데 왜 굳이 ‘나물’ 인지.
“처음에 편리하고 간편한 서비스를 만들자는 취지로 팀원들과 모여서 창업을 시작했다. 그래서 나물 사업을 하기 이전에 빗물받이를 먼저 개발했다. 그런데 빗물받이 사업이 잘 되지도 않았고 법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많았다. 빗물받이 사업이 실패하고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가운데 또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아 나섰다. ‘우리가 좀 더 잘 할 수 있는 것, 주변에 있는 것을 이용하자’는 생각이었다. 마침 서재호 대표 어머님이 시장에서 나물 가게를 하고 계셨다. 거기에서 아이템을 가지고 왔다. 우리들만의 창업 아이디어를 더해 나물로 편리하고 간편한 서비스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나물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기존의 나물가게가 나물만 팔았다면 우리는 온라인 서비스로 부가가치를 올렸다. 그래서 지금의 ‘나물투데이’가 됐다.”

- 창업을 하는 데 있어서 어떤 점이 힘들지 않았겠나. 하지만 특히 슬럼프에 부딪힌 시기가 있었을 법 한데.
“처음에는 서비스를 알리는 것이 힘들었다. 어떤 일이든지 준비과정은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구축해야 하 는 것이지 않나. 당시 우리처럼 온라인에서 나물을 판매하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나물을 온라인에서 구매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 다른 식품회사와 차별화된 나물투데이만의 판매 전략이 있다고.
“무료로 맛볼 수 있는 ‘맛보다’, 시장에서 나누는 정을 온라인으로 가져온 ‘덤 더 주기’, 유통과정을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판매후기’, 매달 어떤 나물이 좋은지 소개하는 ‘제철나물 큐레이션’, 매주 정기적으로 제철나물 세 가지를 보내드리는 ‘정기배달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 평소 자부하는 나물투데이의 강점이 있다면.
“편리하고 간편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 원래 나물은 먹기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까다롭다. 특히 나물마다 데치는 시간이 달라서 어떤 나물은 오래 데치면 나물이 퍼지고, 또 어떤 나물은 짧게 데치면 나물이 질겨진다. 따라서 보통 주부들이 나물 손질과 데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 메인 요리도 아닌 밑반찬에 오랜 시간을 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년간의 노하우로 나물을 손질하고 데쳐서 보내드린다. 때문에 고객은 받자마자 바로 양념만 하거나 볶아서 먹기만 하면 된다.”

- 현재 나물투데이를 자체 쇼핑몰과 네이버 스토어 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확충할 계획은 없나.
“우리는 ‘나물투데이’가 단순히 ‘온라인 쇼핑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물투데이는 하나의 식품회사다. 현재는 온라인에서만 판매를 진행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도 준비하고 있고 식당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 당장 내일도 롯데백화점 판촉에 들어간다. 앞으로도 판매 플랫폼은 온·오프라인 전반에 걸쳐 운영하려고 한다.”

- 우리학교에도 자취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손질된 나물을 배달받아도 막상 조리하려면 귀찮을 것 같은데. 자취생에게 추천할만한 손쉬운 나물 반찬이 있을까.
“우리의 모든 나물이 고추장, 된장, 참기름 등 양념을 넣어서 무치기만 하면 1분 만에 나물 반찬이 된다. 최근에 출시한 신상품 중에는 밥 할 때 양념을 따로 하지 않고 넣기만 하면 바로 곤드레 밥, 시래기 밥, 취 나물 밥이 되는 제품도 있다.”

- 우리학교는 물론이고, 정부 역시 학생들에게 창업을 권장하는 추세다. 창업에 도전하려는 학생들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하자면.
“굉장히 어려운 말이지만 저는 ‘해보라’고 한다. 우리도 팀원들이 각자 사업을 서너 번씩은 해봤다. 즉, 모두 실패했다는 거다. 이 실패가 청춘에게 흠이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요즘은 창업지원 제도가 많다. 그래서 정부지원자금으로 시작할 수 있다. 또, 직접 경험을 해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한다. 동업자들과 의견도 충돌되고 금전 문제나 법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을 감당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업을 하면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배울 수 있는 가치가 많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누구든지 겁이 나기 마련이다. 더욱이 여러 번의 고초를 겪고도 또 다시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택한다는 것은 도박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쩌면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이었음이 오늘날 나물투데이의 창업 성공 비결이 아닐까.

▲ 청년기업 ‘나물투데이’ 인터넷 쇼핑몰 홈페이지(www.namultoday.com) 메인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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