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학생만큼은 아니겠지만, 새내기 교수에게도 여러 신선한 체험들이 있다. 요즘 같이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 초저녁, 연구동 건물 위에서 조망하는 낙산과 서울 중심부의 빼어난 장관은 가장 즐거운 체험 중 하나다.
학교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한양도성과 낙산(駱山)공원 일대 생태계의 변화는 놀랍다. 종묘와 경복궁, 창경궁 등의 녹지와 시내를 조망하고, 조선을 건국한 시점의 풍수지리적 발상에 감탄하면서, 낙산에 대한 그간의 무지를 조금이나마 털어낼 수 있었다.
낙산은 백악산(북악산)을 주산으로 한 경복궁의 왼쪽에서 ‘좌청룡’의 역할을 하는 산이다. ‘좌청룡’은 풍수지리에서 아들과 벼슬을, ‘우백호’는 딸과 재물을 상징한다고 하니 당시에는 마주보고 있는 인왕산 이상의 대접을 받았나보다.
조선 초기 좌측은 해가 뜨는(경복궁의 왕이 바라볼 때) 동쪽이므로 우측보다 중시되곤 했다. 좌의정은 우의정보다 지위가 높았고, 역대 왕의 위패를 모시는 종묘는 경복궁의 왼쪽, 토지와 곡식의 신을 모시는 사직은 오른쪽에 자리 잡았다. 아파트가 많은 요즘 부동산 업계에서 왼쪽 아파트의 기운을 학업운으로 따진다는 얘기도 있으니, 낙산이 서울 전체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는 두말 할 나위 없다.
새내기 교수로서 하는 또 다른 신선한 체험은 간간히 발표 등을 통해 접하는 학생들의 번뜩이는 창의성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상장회사, 벤처캐피탈 임원 등을 지내면서 여러 사람을 채용하는 입장에도 있어봤지만, 사람의 이력보다 매력적인 건 창의성과 적극성이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는 부품처럼 일할 사람의 학교나 전공 등이 중시됐을 수 있지만, 창의와 융합을 기본으로 한 지금의 경제구조에서는 어떤 능력과 잠재력을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상상력을 품고 실천할 준비가 된 학생이 대접받는, 그러기 위해 대학 4년을 어떻게 보냈는가가 가장 중요한 세상이다.
상대적으로 백악산, 남산, 인왕산에 비해 소외됐던 좌청룡의 기운이 부상하는 걸까. 10년 전 백악산 뒷길과 청와대 앞, 총리공관 앞길 등이 개방되면서 일대가 크게 변화했던 것처럼, 천년고도 서울에서 낙산 주변의 위상도 변화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좌청룡의 중심부 한성대학교에서, 10년 후 학교, 학생, 교수 등이 만들어낼 변화와 위상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김동하(상상력교양교육원 융복합교육과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