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목소리 좋은 그대, 성우해볼 생각 없나? (한성대신문, 527호)

    • 입력 2017-10-16 00:00
“성우 학원을 등록한지 2개월만에 경험삼아 성우 공채시험에 도전했어요. 면접에서 ‘아, 이게 내 길이구나’ 하는 결심이 서더라고요.” 비록 첫 번째 공채시험 결과는 탈락이었지만, 그의 도전은 완전히 실패하지는 않았다. TV에서, 라디오에서, 우리가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동과 높동 주민들은 중립동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tvN에서 방영하는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소사이어티 게임 2〉의 주최자이자 진행자인 정세진 성우를 만났다.

Q. 성우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
A. 인생을 영화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평범하지 않고, 하고 싶어 미치겠는 일을 찾아 노력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 시절 일기부터 찾아 읽으면서 그동안 어떤 직업을 생각했는지 지난 꿈들을 적어보고, 나열한 직업의 공통점과 그 이유를 생각해봤다. 주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일이었다. 내가 국문 학과 전공자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나열해보니 기자, 작가, 가수, 작사가, 방송 PD 등 글과 말을 다루는 일이 많았다. 그중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고민하며 교수님과 상담하던 중, 교수님이 학원이라도 다녀보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래서 가장 저렴한 성우학원을 선택해 다니게 됐다.

Q. 주위 반응은 어땠나. 성우를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을텐데
A. 성우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 주변 반응은 반반이었다. 사회 진출이 늦은 편이다 보니 “정신 차리라”고 말한 친구도 있었고,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다. 성우 준비와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학년 말이 되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니 부럽다”고 말하는 후배들이 많아졌다. 성우를 준비하는 동안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떻게든 내 환경부터 바꾸려고 노력했다. 무언가를 위해서 준비하는 지망생들, 꿈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모임을 알아보았다. 인디 가수, 작곡가, 연기자, 아나운서, 기자 지망생 등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 프로의 마음으로 준비하는 사람들로 주변을 채워갔다. 자극을 많이 받았다.

Q. 성우를 뽑을 때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성우는 연기력과 타고난 목소리가 모두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단순히 타고난 목소리만으로 별다른 연습을 하지않고도 붙는 경우가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연기력은 좋지만 목소리가 경쟁력이 없어서 붙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타고난 목소리를 이기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타이밍이다. 보통 운때가 맞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방송사에서는 전속 성우를 뽑을 때 기존에 없는 캐릭터, 목소리 톤이 겹치지 않는 사람들을 뽑는다. 내가 지원하는 그 해에 이미 나와 비슷한 목소리를 지닌 사람이 방송사에 있으면 내가 아무리 잘해도 뽑히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어떤 해에는 내가 잘 못해도 방송사에 나와 비슷한 목소리를 지닌 성우가 없으면 뽑힐 확률이 높다.

Q. 성우도 학벌을 보는지
A. 전혀. 고졸 이상, 군필 여부 등 기본적인 조건만 충족시키면 된다. 예전에는 학력이 높아야 했다고 하더라. 성우가 연기력이 중요하다보니, 현재 선생님급 성우분들은 보통 연극영화과 출신이 많다.

Q. 평소 목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A. 물을 많이 마신다. 목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약 처방을 받는다. 목이나 코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금주를 한다. 성대가 약한 편이 아니라 목 관리를 특별히 하는 편은 아니다. 물 대신 레몬차, 둥글레차를 마시는 성우들도 많다. 소금물로 가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Q. 성우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팁은
A. 성우지망생들이 모인 모임을 알아보았다. 모여서 애니메이션이나 광고, 영화 등에 더빙을 해보고, 내레이션을 넣어보았다. 더빙한 영상을 SNS에 포트폴리오 형식으로 올렸더니, 그것을 보고 섭외 연락이 온 적도 있다.
 공부할 시간이 없을 때는 글을 소리 내서 읽는 습관을 길렀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공부거리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사람의 성격, 행동, 말투를 분석하는 것이 모두 공부다. 사람들을 많이 관찰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그 과정이 성우가 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Q. 성우의 전망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어떻다고 생각하나
A. 많이 생각해 봤다. 인공지능, 로봇 등의 기술 발달로 미래에 없어질 직업, 미래에 생겨날 직업에 대한 정보를 얻다보면, 당연히 ‘내가 가지고 있는 직업은 안전한가’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최근 구글에서 사람 목소리를 흉내낼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다는 기사를 봤다. 목소리 샘플을 활용해 목소리를 따라할 수는 있겠지만, 그 사람이 지닌 감성을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감정으로 인해 달라지는 톤 변화와 표현력은 인공지능 로봇이 따라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애니메이션 저성장국가이지만, 웹툰 시장이 성장하면서 앞으로 애니메이션 시장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통해 성우 시장 또한 성장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내레이션이 나오는 영화가 별로 없다. 3인칭 내레이터가 내레이션을 하는 방식의 영화를 꾸준히 제작하다보면 성우의 입지도 커질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게임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있기 때문에 게임 성우로서도 전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 정세진 성우가 진행하는 <소사이어티 게임 2> 프로그램 (출처 : tvN)
Q. 어떤 성우로 기억되고 싶나 
A. 사회에 좋은 영향을 많이 끼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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