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칵테일> 김상헌 vs 최명길, 승자는 없다 (한성대신문, 528호)

    • 입력 2017-11-13 00:00

제 목 : 남한산성
연 도 : AD 2017
연 출 : 황동혁
<남한산성(2017)>은 실제 역사적 사건인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청나라 대군을 눈앞에 두고 남한산성에서 항쟁한 인조와 대신들, 그들 휘하 병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중에서 눈길을 끈 것은 최명길과 김상헌의 논쟁이다. 최명길은 청에 항복하자고, 김상헌은 청에 맞서 싸우자고 주장하는 한 치의 양보 없는 ‘말의 싸움’을 벌였다. 이 둘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조의 내적 갈등을 다룬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영화 <남한산성(2017)>은 국내 박스오피스 6위에 올랐고,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도 상영되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남한산성>의 이야기를 이끄는 요소는 김상헌과 최명길의 대립이다. 영화에서 김상헌은 척화파를 대표해서, 최명길은 주화파를 대표해서 불꽃 튀는 논쟁을 벌였다. 나라의 명운 앞에서 과연 무엇이 그들을 논쟁 속으로 이끌었을까.
김상헌은 “조선은 명을 섬기는 나라로서, 명에 대항하는 청과 싸우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근거로 내세웠다. 청과 싸우는 것이 위기에 처한 명에 대한 도리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선은 임진왜란 때, 당시 명 황제인 만력제에게 큰 빚을 진 바가 있다. 반면, 최명길은 “청에게 항복함으로써 군대를 철수시켜 조선이라는 국가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나라가 존재해야만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얼핏 들었을 때, 김상헌은 단순히 명과의 명분에 얽매여 망국의 길을 걷자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당시 청나라의 20만 대군이 조선을 침략해 멸망 직전에 처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김상헌의 주장은 더더욱 현실성을 잃어버린다. 하지만 이때 최명길은 조선의 항복을 이끌어내어 눈앞에 봉착한 청군을 철수시킴으로써, 조선의 존속이라는 실질적인 이득을 얻어냈다. 결론만 놓고 보자면, 김상헌은 그저 명분론에 매몰된 이상주의자이며, 김상헌은 보다 현실적인 이득을 쟁취해낸 냉철한 협상가인 것이다.
하지만 <남한산성>에서 누군가가 반드시 옳다고 볼 수는 없다. 김상헌의 주장은 당시 국제 정세로 생각을 확대한다면 오히려 합리적으로 들릴 수 있다. 이에 대해 권기중(역사문화학부) 교수는 “당시 청은 명과의 전쟁으로 심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며 “장기 국면으로 넘어갔을 때 오히려 조선이 유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최명길을 인내심도 없이 화친을 주장한 사람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 당시 군사적 열세로 인해 성내 병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었고, 거듭된 전투로 백성들의 피해도 심각했다. 이런 상황이 최명길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내몬 것이다.
<남한산성>에서 드러나듯이,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누구도 옳다 그르다를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 조선이 청나라 군대에 에워싸여 있는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최명길의 주장이, 청나라의 경제적 침체를 고려했을 때는 김상헌의 주장이 옳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윤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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