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문명사회의 재앙', EMP를 아십니까? (한성대신문, 528호)

    • 입력 2017-11-13 00:00

 현대사회에 있어서 스마트폰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됐다.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부터 80세 어르신까지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는 모습은 이미 우리에겐 일상적인 풍경이다. 이 뿐만 아니다. 컴퓨터, 전화기, 텔레비전 등 우리 일상은 수많은 전자기기들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우리가 지닌 전자기기들이 한순간에 먹통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과거에는 공상과학소설, 영화, 게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야기지만, 이제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만 볼 수는 없다. 지난 9월 북한이 진행한 핵실험으로 인해 이 같은 일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EMP
 북한은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폭탄의 일종인 수소폭탄을 장착해 초강력 핵 EMP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선포한 바 있다. EMP‘Electromagnetic Pulse’의 약자로, 벼락이 내리치는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강력한 전자기파가 전자 제품을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파손시키거나, 화재를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220V를 사용하는 전자제품에 한 순간 500V 이상의 전압이 가해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렇게 되면 그 전자제품이 원래 견딜 수 있는 전압보다 가해지는 전압이 더 커지고, 결국 회로가 타거나 화재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EMP의 원리다.
 EMP라는 용어는 비교적 최근에 생겨났지만 이 현상은 인위적으로 발생시키지 않아도 발생하는 자연현상 중 하나다. 비 오는 날 벼락 맞은 나무가 불에 타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이 또한 EMP 현상 중 하나인데, 벼락이 내리쳐 나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고압전류가 발생해 나무가 연소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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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P 현상은 전자기기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현대전에서 무기로 이용되는데, 크게 2가지 종류의 무기가 존재한다. 핵전자기펄스(Nuclear Electromagnetic Pulse) 무기와 비핵전자기펄스(Non-Nuclear Electromagnetic Pulse) 무기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무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아야할 개념이 있다. 바로 ‘감마선’과 ‘이온화 현상’, ‘단파’다. 감마선은 쉽게 말해서 핵폭발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에너지 중 가장 강하고 뜨거운 에너지를 말하는 것이다. 이 감마선이 대기에 있는 공기와 부딪히면 공기가 전자를 방출하게 되는데, 이를 이온화 현상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단파는 파장이 매우 짧은 전자기파다. 이를 알았다면 다음 설명을 이해하기가 조금 더 쉬울 것이다.
 핵전자기펄스 무기는 말 그대로 핵폭발을 이용해서 EMP 현상을 강제로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핵무기가 폭발하게 되면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면서 이온화 현상을 만들어낸다. 이 현상이 일어나면서 생긴 막대한 전자가 타격지점 일대의 전자기기에 엄청난 부하를 주고, 결국 EMP 현상이 일어난다. 이에 더해 핵폭발 자체도 규모가 엄청나게 크고 강력한 것이기에, 폭발 이후 나타나는 EMP 효과도 수 천 km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비핵전자기펄스 무기는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단파를 방사해 주변 전자장치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이 무기 또한 핵전자기펄스와 마찬가지로 단파 자체가 전자기기에 과부하를 주어 전자기기 사용을 못하게 한다. 다만, 핵폭발을 이용한 것이 아니기에 방사능으로 인한 후유증은 전혀 없고, 원하는 범위와 강도로 EMP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멈춤, 그 이상
 EMP 공격을 당하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 공격을 받은 장소는 문명의 수준이 최소 농경시대 혹은 그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현대 사회에서 전기 없이 이루어지는 산업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가령 옷 하나를 예시로 들어보아도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과거에는 옷을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옷도 자동화 공정을 통해 생산되므로 당장 전기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각자 가내수공업으로 옷을 만들어서 입어야할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EMP 공격을 당하면 그저 두 손 놓고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한국전기연구원 전기환경연구센터 이재복 센터장은 “EMP 무기가 지표와 가까운 곳에서 터진다면 ‘대기’가 전자파의 진로를 막아 범위가 좁아지고, 높은 곳에서 터지면 범위가 넓더라도 강도가 약해지기 때문에 건물 안에 있는 전자제품이 동시에 먹통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변전소나 발전기 등 민감한 기기라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차폐막 설치 등 대비를 해놓는다면 통신이 먹통되는 혼란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처럼 EMP는 현대전에서 중요한 전략병기로 여겨지며, 세계 각국 역시 꾸준한 관심을 갖고 무기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방어체계 확충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대, 혹여나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 EMP는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문명사회의 재앙’이다.

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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