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실패의 수렁속에서 발명이라는 꽃을 피우다 (한성대신문, 528호)

    • 입력 2017-11-13 00:00
개구리전기 은성균 대표

우리학교 탐구관 뒤에 위치한 상상큐브에는 ‘개구리전기’라는 기업이 입주해있다. 개구리전기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은성균 씨는 6년 간의 개량 끝에 ‘방수 콘센트’를 발명한 사람이다. 여러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는 그는, 사실 전기의 ‘전’자도 모르는 경영학과 출신이다. IMF와 잇따른 실패를 겪고 발명으로 성공한 은성균 대표를 만났다.

Q. 최근 창업을 한 사람치고는 나이가 좀 있어보인다
A. 원래 무역업에 종사했다. 한참 IMF가 터졌을 때, 여러 기업이 타격을 받았다. 어음거래를 주로 하는 무역업은 특성상 거래협력업체가 무너지면 같이 도산할 수밖에 없다. 결국, 회사가 부도나서 아무것도 남은 것 없이 반지하방을 전전해야 했다. 우리나라에서 문과 전공자는 기술이 없는 상태로 실직하면 끝이다. 4년제 대학의 경영학 전공 이력으로는 생산직에 취직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주차관리나 건설현장업과 같은 단순노동 현장을 떠돌았다. 자식이 셋이라 돈마저 모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발명을 시작하게 됐고, 딸들이 모두 독립한 후에 발명품을 갖고 창업에 나선 것이다.

Q. 발명? 문과라고 하지 않았나
A. 발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가족과 해수욕장에 간 적이 있는데 막내가 바닷물에 빠졌다. 얼른 가서 구하고 보니 막내 옷 주머니에 휴대전화가 들어있었다. 휴대전화를 말려봤지만 결국 망가졌고, 번뜩 ‘휴대전화가 방수되면 참 좋을 텐데’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발명을 막 시작했을 때는 중고 휴대전화를 구해, 그것을 부수고 구조를 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구조를 숙지한 후에는 독학으로 전기와 전자기기에 대한 지식을 섭렵했다.

Q. 그래서 돈은 좀 벌었나
A. 발명은 성공했지만, 방수 휴대전화로 큰 소득을 얻지는 못했다. 시기적으로 국내 휴대전화 자체가 관심을 못 받았기 때문이다. 방수 휴대전화는 2002년에 발명했지만, 그 당시 우리나라 휴대전화는 세계시장 점유율 1% 내외로 발달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발명 외의 길이 궁했기에, 그 후에도 발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발명은 연구실에서만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참신한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즉시 메모를 했고, 돈이 조금 모인다 싶으면 구상했던 발명품을 실제로 만들어냈다. 쉴 틈 없이 발명을 하다 보니 두려울 새도 없었던 것 같다.

Q. ‘개구리전기’라는 이름이 특이한데 혹시 발명품이 뭔가?
A. ‘방수 콘센트’를 개발 중이다. 일반 콘센트와 다르게 고무를 이용해 물의 침투를 원천 차단하는 콘센트로, 우천과 같은 상황에서 감전을 예방한다. 고압 전기선이 노출돼 있는 건설 현장이나 매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 발명품은 큰딸과 동갑인 여성이 비오는 새벽에 출근하다가 감전사를 당했다는 뉴스를 보고 개발하게 됐다. 길에 놓인 입간판의 전력이 켜져있었는데, 비가 내려 바닥이 젖자 누전이 일어나 지나가던 여성이 감전사한 것이다. 이 뉴스가 도무지 남일 같지 않았다. 더 작고 복잡한 방수 휴대전화도 개발했는데, 방수 콘센트라고 못 만들겠냐는 생각으로 연구에 매진했다. 그 후 6년 동안 방수 콘센트는 세 번의 개량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복잡한 구조였지만, 지금은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다.

Q. 발명이라고 하면 어쩐지 전문적이고 어려운 느낌이 든다
A. 발명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음료 캔을 따는 곳에 손톱이 끼지 않도록 홈을 판 아이디어가 코카콜라 주식회사에 500억 원이 넘는 가격으로 팔린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내 발명품도 전부 일상생활에서 얻은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발명은 공학자가 아니라도 충분히 할 수 있으며, 최신 기술처럼 어려운 것도 아니다

Q. 끝으로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요즘 청년이 자살했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많이 접한다. 내가 청년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숨만 붙어 있으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 나도 한때 실직과 사업 실패 때문에 며칠을 술로 보내고, 극단적인 행동까지 했던 적이 있다. 만약 다른 사람이 구해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그 때의 선택을 바보 같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처한 현실이 아무리 힘들다 할지라도, 살아만 있으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생각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세계로 도약하는 청년들이 되길 바란다.

박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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