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人> '졸랭 귀여운 조랭이떡' 정한나 이모티콘 디자이너를 만나다 (한성대신문, 529호)

    • 입력 2017-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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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1-10 10:27

카카오프렌즈, 오버액션 토끼, 에비츄.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이들은 모두 대중적인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모티콘이기 때문이다. 메신저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 이모티콘을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사용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귀엽고 재미있는 이모티콘은 다소 지루할 수 있는 평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런 이모티콘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이모티콘 디자이너 정한나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정한나 이모티콘 디자이너가 합정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캐릭터 스케치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녀의 손에서 태어난 이모티콘 캐릭터들

정 씨는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녀는 학업과 이모티콘 디자인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정 씨는 그동안 카카오에 ▲왈가닥한 오목이의 일상 ▲오목이와 꾸꾸 ▲안뇽! 나는 꾸꾸 ▲볼살뚱뚱 꾸꾸의 하루 ▲개 강한 쪼물이 ▲집사들아 내가 왔다옹 ▲졸랭 귀여운 조랭이떡, 네이버에 ▲볼살 뚱뚱이 꾸꾸 또 왔어욘! ▲오목이 꾸꾸 함께해요, 비트윈에 ▲망고 체리 사랑해 등의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그녀가 디자인한 캐릭터 오목이는 왈가닥한 소녀다. 쪼물이는 오목이의 여동생으로 이제 막 개강했지만 종강만을 기다리고 있는 새내기다. 보기와는 달리 힘이 세다는 것이 특징이다. 꾸꾸는 오목이가 키우는 강아지인데, 볼살이 통통하고 애교가 많다. 망고와 체리는 꾸꾸의 친구들이다. 둘은 서로 죽고 못 사는 연인 사이다. 랜선냥즈(‘집사들아 내가 왔다옹’의 고양이들)는 ‘랜선집사’를 구하고 있는 고양이들이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조랭이는 떡볶이에 있는 조랭이떡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떡볶이에서 탈출했다는 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실 정 씨의 이모티콘에는 그녀의 일상이 반영되어 있다. 실제로 ‘정오목’은 그녀의 학창시절 별명이다. 또, 오목이에게 여동생 ‘쪼물이’가 있듯, 그녀에게도 여동생이 있다. 심지어 정 씨가 키우는 강아지 이름 역시 ‘꾸꾸’다.
하지만 그녀는 “오목이는 나 자신을 바탕으로 그린 캐릭터가 아니다. 쪼물이도 여동생을 참고한 부분은 있지만 그 자체는 아니다. 꾸꾸 역시 반려견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러나 캐릭터 상의 ‘꾸꾸’가 내 반려견 ‘꾸꾸’는 아니다”라며 이모티콘의 캐릭터는 그녀만의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 순서대로 ‘집사들아 내가 왔다옹’, ‘볼살뚱뚱 꾸꾸의 하루’, ‘졸랭 귀여운 조랭이떡’ 이모티콘이다.

고등학생 때 그린 ‘오목이’가 이모티콘의 시초

정 씨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캐릭터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녀는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름표, 시간표 등은 물론이고 달력, 메모지, 편지지 등 캐릭터를 활용한 문구류까지 직접 제작했다. 정 씨는 “처음 시중에 출시한 이모티콘 역시 고등학생 때 만든 캐릭터 ‘오목이’다. 그 당시 제작한 작품에 꼭 들어간 캐릭터가 오목이였다”며 그때의 경험이 현재 이모티콘 디자이너로서 활동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가 카카오톡에 이모티콘을 출시하게 된 계기도 학창시절 경험의 영향이 컸다. 그녀는 “내가 만든 캐릭터가 언젠가 상품화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기를 원했다. 우연히 카카오를 통해 누구나 이모티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 번 도전해봤는데 심사에서 승인이 됐다”면서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겸손함도 보였다.

▲ 정한나 이모티콘 디자이너가 고등학생 때 ‘오목이’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 왼쪽에서부터 각각 시간표와 탁상달력이다.

콘셉트 구상부터 제작까지

정 씨가 이모티콘을 구상하기부터 제작하기까지의 과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먼저 이모티콘 세트의 콘셉트를 구상한다. 그리고 콘셉트에 맞는 24종의 메시지를 구상한다. 구상을 마치면 스케치한 다음 컴퓨터로 작업한다. 이때 툴은 어도비(Adobe)사의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 프로그램을 주로 사용한다.
움직이는 이모티콘은 일반적인 이모티콘 작업 과정에 ‘애니화’ 단계가 추가된다. 일반 이모티콘은 24개 이모티콘을 스케치한 후 채색만 하면 되는데, 움직이는 이모티콘은 채색 이후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해 개당 10~24개 정도의 모션을 그려야 한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이모티콘을 제작하는 것이 어려울 법도 한데, 정 씨는 지난 달에만 두 개의 이모티콘을 출시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영감이 들 때 한번에 몰아서 작업한다”고 그 비결을 밝혔다. 이는 정 씨가 학업과 디자인 업무를 병행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학기에 복학한 그녀는 “학기 중에는 이모티콘 디자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힘들다”며 방중에 몰아서 작업을 해놓고, 학기 중에는 틈틈이 수정 작업 정도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볼살뚱뚱 꾸꾸의 하루’에서 꾸꾸가 앞구르기 하는 이모티콘을 스케치한 것이다.

새로운 이모티콘에 도전한다는 것

정 씨가 내놓은 이모티콘들은 대체로 귀여운 이미지다. 그러나 하나의 이미지만을 고수하다 보면 모든 캐릭터가 비슷해지거나, 사용자에게 식상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녀는 “요즘 ‘대충 그린 듯한’ 이모티콘이 유행하는 것 같다”면서 “그런 종류의 이모티콘도 제작해보고 싶다. ‘성의 없이 그린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디자이너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스타일의 이모티콘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기도 했다.
정 씨는 본인의 캐릭터가 아닌 다른 캐릭터로 이모티콘을 제작한 적도 있다. 캐릭터 브랜드 ‘모모프렌즈’의 의뢰를 받아 ‘두부가 되기 싫은 콩 모모’라는 이모티콘을 제작해 네이버 그라폴리오 마켓에 출시한 것이다. 그녀는 “다른 캐릭터로는 처음 이모티콘 작업을 했는데, 어려우면서도 재밌었다”면서, 제휴사 측에서도 반응이 좋아 만족스러웠던 작업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녀가 ‘조아 조아 조아’하는 이모티콘

이모티콘 디자이너인 정 씨는 과연 어떤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있을까? 그녀는 본 이 제작한 이모티콘도 사용하지만, 다른 디자이너의 작품 역시 적극 활용한다. 정 씨는 “휴대폰 소녀 밈 시리즈에서 ‘춤으로 말해요’라는 이모티콘 세트가 있다. 세트 중 캐릭터가 ‘조아 조아 조아’라고 말하는 이모티콘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또, 웹툰 <낢이 사는 이야기> 작가님이 그린 ‘은근남의 은근 인생 스티콘’도 애용하는 편”이라면서 직접 보여주기까지 했다.

이모티콘은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SNS나 메신저 등 비대면 상황에서는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이모티콘이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때로는 더 효과적이다. 정 씨는 그녀의 이모티콘이 가진 매력에 대해 “텍스트만으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감정을 귀여운 캐릭터가 대신해서 다양한 표정과 동작으로 전달해 주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매력”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그녀는 부모님 세대가 귀여운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 씨는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귀여운 이모티콘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받을 때 이모티콘 디자이너로서의 사명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녀에게 특별히 기억에 남는 메시지도 있다. 이모티콘 사용자가 ‘꾸꾸가 귀여워서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고 보내 준 메시지가 그것이다.

이모티콘에서 더 넓은 시장으로

우리사회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미래의 직업 추이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씨는 “이모티콘 시장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데 비해 급속도로 성장했다. 앞으로는 이모티콘을 메신저에서만이 아니라 더 다양한 플랫폼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이모티콘의 미래를 전망했다.
정 씨는 이모티콘 디자인 외에도 다양한 작업을 함께 진행 중이다. 그녀는 네이버 그라폴리오 마켓에 인쇄해서 직접 채색할 수 있는 컬러링 시트와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등록했다. 특히, 정 씨는 이달 28일부터 31일까지 코엑스에서 실시하는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W’에 참가할 예정이다. 그녀는 지난 7월에 참가했던 ‘캐릭터-라이선싱 페어’에서처럼 이번에도 인형, 편지지, 손거울, 메모지 등 이모티콘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녀는 “졸업 후에는 캐릭터 굿즈를 출시하고 싶다”면서 굿즈시장 진출에도 의지를 보였다.

한성대학교 학생들에게 한 마디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 누군가도 본인이 만든 캐릭터를 카카오톡 등 메신저에 출시해보고 싶을지 모른다. 정 씨는 “요즘 이모티콘 시장이 정말 활성화되어 있지만, 꼭 잘 되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이모티콘 출시 심사에서 승인이 되지 않아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고 어려운 점을 토 로하면서 꾸준히 도전할 것을 강조했다.

인터뷰 끝 무렵, 정 씨는 “이모티콘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되곤 한다. 앞으로도 귀엽고 힐링이 되는 이모티콘을 담아내고 싶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그녀의 말대로 이제 이모티콘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마음을 치유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정 씨의 이모티콘이 함축하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200% 활용한다면, 비록 대화 상대와 몸은 떨어져 있을지 몰라도 마음의 거리는 좁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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