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한성문학상 - 시 심사평> "시 공부를 인터넷으로 하는 것 아닌가"

    • 입력 2017-12-04 00:00

이번 한성문학상 시부문에는 총 27명의 학생이 150여 편의 시를 응모하였다. 응모작들을 보고 전체적으로 느낀 점은 다음 몇 가지이다.
첫째는 시공부를 인터넷으로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한때 유행했던 짧은 형식의 시가 많았고, 시적 발상이나 표현도 다소 감상적이고 표피적이다.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적인 표현들이 모델이 된 듯한 느낌이다. 다른 하나는 대체로 시가 관념적이라는 것이다. 시가 관념적인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추상화를 그리는 화가가 데생이나 구상에 뛰어나듯이, 일단 시도 구체적인 대상을 포착하고 그에 대한 묘사가 살아 있어야 한다. 끝으로 시가 지극히 개인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개인의 경험은 글의 중요한 소재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개인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객관화할까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문제가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개인의 영역에 갇혔을 때, 그 시의 의미는 개인에게만 있다.
눈에 띄는 몇 작품에 대해 간단히 덧붙인다, [비 도시풍경] 4편을 응모한 학생의 시는 힘이 있고, 몇 군데 뛰어난 표현들이 보여서 좋았으나 당선작으로서 한 편의 완성된 시라는 측면에서는 완성도가 좀 떨어진다. []5편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삶의 이면을 잘 포착했지만, 그것을 시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다소 미숙하다고 할까 너무 익숙하다고 할까 하는 점이 아쉬웠다. 두 학생 모두 시적 자질이 충분해 보인다.
한 편의 당선작을 내기에는 우뚝한 작품에 보이지 않아서, [보랏빛 합창][오랜 뒤의 발신인으로부터] 두 편을 각각 가작으로 뽑는다. [오랜 뒤의 전의 발신인으로부터]는 같이 투고한 [오래 전의 수신인으로부터]와 비교해 볼 때 비교적 객관화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떠나간 당신에 대해 요란스럽지 않게, 감정을 잘 다독이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보랏빛 합창]은 다소 익숙한 면이 보이지만 가능성 역시 충분해 보인다. 한송이 꽃이 벙그는 것은 시에서 이미 많이 보아서 익숙한 풍경이나, 물달개비가 한꺼번에 피는 장관을 시를 통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또 물달개비 피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언급하지 못한 다른 학생들 중에도 시적 자질에 눈에 띄는 학생이 몇 있었다. 모쪼록 열심히 써서 본격적인 문학의 장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호정 교수
응용인문학부 국어국문전공, 시인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