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한성문학상 - 소설 심사평> "이야기를 풀어놓는다고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니야"

    • 입력 2017-12-04 00:00

아홉 편의 소설을 늘어놓아 보았습니다. 죽음과 절망, 실연 등이 징검다리처럼 아홉 편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이 시대의 젊은작가 지망생들은 그렇게 우리 사회를 읽어내고 있었습니다. 비록 아홉 편이지만 손에 들고 보기에는 너무 무거웠습니다.
소설은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엮어 내는 솜씨들이 아쉬웠습니다. 소설이 신문 기사나 다큐멘터리, 르포, 일기와 다른 것은 형상화라는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해서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닌데도 응모작의 태반이 서술만 하고 있었습니다. 소설적 언어에 대한 고민, 인물과 상황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갈등 구조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습니다. 특히 소설적 언어가 지니는 미학적 힘에 대한 인식 결여는 가장 큰 아쉬움이었습니다.
<워너비>, <괴물>, <살은 탓>의 세 편을 놓고 망설였습니다. 나름대로 문제의식도 있고 소설적 구조에 대한 감각도 엿보였습니다. <살은 탓>은 폭력에 가까운 이기심, 비겁함, 수치심을 이끌어 낸 주제의식은 주목할 만하나 너무 직설적인 서술자나 결말부의 상황 설정이 미숙하다고 보았습니다. <괴물>‘P’라는 인물이 괴물로 성격화되는 과정을 구조화해 낸 감각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문장을 다듬어내는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워너비>는 마지막 부분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든 자기애(自己愛)’의 형상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분신(分身)을 평범하다고 강조하는 서술자의 태도, 분신에 대한 미움을 애써 감추며 낙관적으로 그려내려 한 노력이 와 닿았습니다. 그렇지만 문장 수업이 절실합니다. <워너비>를 가작으로 냅니다. 공모에 참가한 젊은작가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내년에는 기본에 충실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동환 교수
응용인문학부 국어국문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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