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침도는 과학 이야기>고기의 색깔이 괴기하더라도 고민 말자 (한성대신문, 531호)

    • 입력 2018-03-05 00:00
 드디어 돌아온 월급날, 김 기자는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하면서 오직 이 날만을 기다려 왔다. 늘어난 통장 액수에 기분이 좋아진 김 기자는 저녁에 고기를 구워 먹기로 결심했다. 퇴근길 마트에서 고기 두 덩이 가 든 팩을 사서 들뜬 걸음으로 집에 온 김 기자. 사온 고기를 살펴보니 이게 웬 걸? 겉으로 보이는 윗면만 선홍빛을 띄고, 나머지 고기는 모두 거무죽죽한 색을 띄는 것이 아닌가? 마트에 돌아가 환불을 받자니 이미 포장을 뜯어버렸고, 그렇다고 그냥 먹거나 버리기에는 망설여진다. 과연 거무죽죽한 색으로 변한 고기를 먹어 도 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기에 곰팡이가 피었거나, 부패할 때 발생하는 특유의 악취가 나지만 않으면 섭취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고기의 갈변 현상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된다면 이를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고기의 색깔을 결정하는 요소는 ‘헤모글로빈’과 ‘미오글로빈’이다. 둘 다 붉은 색을 띄는 단백질인데, 헤모글로빈은 적혈구에서 산소 운반을 담당하고, 미오글로빈은 근세포에 위치해 근육에 산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헤모글로빈은 도살 후 피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빠져나가 고기 색깔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고기에 남아 있는 미오글로빈의 변화에 따라 고기 색이 바뀌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미오글로빈은 기본적으로 철(Fe) 성분과 산소(O2)를 갖고 있다. 미오글로빈은 산소와의 결합 여부에 따라 3가지 상태로 나뉘는데, 각각 옥시미오글로빈, 디옥시미오글로빈, 메트미오글로빈이라고 부른다. 옥시미오글로빈은 산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미오글로빈의 기본적인 상태다. 철 성분이 산소 분자와 결합한 상태로, 옥시미오글로빈이 선홍색을 띄기 때문에 고기도 선홍빛을 띄게 된다.
 디옥시미오글로빈은 옥시미 오글로빈이 산소를 잃은 상태를 말한다. 주로 진공포장 등의 이유로 산소와 접촉하지 못했을 때, 옥시미오글로빈은 산소를 잃고 거무죽죽한 자적색의 색깔을 띄게 된다. 얼핏 상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산소와 접촉할 수 있는 환경에 30 분 정도 두면 디옥시미오글로빈이 다시 산소와 결합해 옥시미오글로빈으로 변화하고, 다시 선홍빛을 띄게 된다.
 반면 메트미오글로빈은 고기가 산소에 오래 노출되어, 미오글로빈의 철 성분이 산화하며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트미오글로빈은 갈색을 띄는데, 갈변 현상의 원인 이 바로 메트미오글로빈이라 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고기 안에 있던 지방도 같이 산화되는데, 산화된 고기는 심혈관질 환에도 좋지 않으므로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상황이 되면 맛도 달라지고 악취도 나기 시작한다.
 한편, 고기를 보관할 때, 냉 장 보관했는지 냉동 보관했는 지에 따라서도 고기의 맛과 질에 차이가 발생한다. 영하의 온도에 고기를 두면, 고기 속 수분이 서서히 얼면서 단백질 성분이 변하게 되고, 세포의 기능적 손실이 일어난다. 또한 냉동된 고기를 해동할 때는 동결된 수분이 근육 조직에서 분리된다. 이때 분리되는 수분 이 바로 우리가 아는 육즙이다. 고기에서 빠져나오는 육즙에는 단백질, 비타민, 무기물이 함유돼 있는데, 고기를 얼렸다 구우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육즙이 많이 빠져 영양적 손실이 크다. 게다가 냉동기간이 길어지면 지방이 산화되고, 고기가 건조해져 맛도 없어지게 된다.
 이에 대해 강선문 (국립축산 과학원) 농업연구사는 “이러니 저러니해도 맛도 영양도 좋은 고기를 먹으려면 셰프가 고기를 굽는 방법을 따라 조리하는 것이 최고”라며 “강한 불로 고기를 먼저 표면을 살짝 익혀야 육즙을 최대한 보전할 수 있고, 향 역시 더 좋아지기 때문” 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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