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시작하는 밤, 조금 특별해지는 시간 (한성대신문, 532호)

    • 입력 2018-03-26 00:00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시인은 시에 대한 천부적 재능이 있는 존재들이라고, 시는 시인의 전유물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야만 시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강호정(응용인문학부
국어국문전공) 교수에 따르면 “시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노력과 경험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시를 쓰기에 앞서, 우리가 시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를 풀 필요가 있다. 첫째는 ‘시는 영감을 통해 창작되는 천재들의 예술’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이 팽배하던 시절은 있었다. 바로 18세기 말에 처음 등장한 낭만주의 시대다. 낭만주의는 세계를 관념적으로 인식하는 문예사조를 말한다. 이 시기에는 독특한 시각을 통해 이해한 세계를 시로 써냈기 때문에 영감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강 교수는 이에 대해 “실제로 시를 쓸 때는 어느 날 불현듯, 무엇인가 떠올라서 시를 쓰는 일보다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하다가 자신의 경험을 시의 형식으로 옮길 때가 더 많다”며 시인으로서의 경험을 전했다.
 또 다른 오해는 ‘시 쓰기는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 또한 완전히 맞는 말이라고는 볼
수 없다. 소묘를 그릴 때 미술적인 기술이 필요한 것처럼 시를 쓰는 데도 기술적인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
이다. 강 교수는 “시에는 음악적 요소(리듬)와 회화적 요소(이미지)가 들어 있다. 대상을 세밀하게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비유법을 동원해 대상을 이미지화하는 훈련을 반복하면 시를 쓰는데 도움이 된
다”고 설명했다.
 물론 시를 쓸 때, 앞서 말한 ‘영감’이 아예 배제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기술’이 시의 전부라고 할 수도 없다. 다만, 시를 처음 쓰는 사람에게 있어 ‘기술’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고, 창작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알아두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시 창작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시를 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많은 독서와 경험, 그
리고 자주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한다. 독서를 많이 하라는 말은 알겠는데, 많은 경험을 하라는 말은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시를 쓰는데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얘기다. 시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겪은 경험을 압축시켜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시’에는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다. 정지용의 「유리창」을 떠올려보자. 이 작품은 시인이 아들을 잃
고 겪은 슬픔을 바탕으로 창작한 것이다.
 생각하는 훈련도 시 창작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살펴보자.
「별 헤는 밤」의 소재는 밤하늘에 떠있는 별이다. 시인은 ‘별이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그치지 않고, ‘어머
니’, ‘추억’, ‘슬픔’, ‘동경’ 등 다양한 것들을 별과 연관지어 생각하고 시를 써냈다. 시인이 오랜 생각을 거
듭한 끝에 누구나 흔히 볼 수 있는 ‘별’을 소재로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해낸 것이다.
 ‘많은 독서와 경험’, ‘생각하기’까지 숙지했다면 이제 시를 쓸 준비가 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를 쓸
때 유념해야할 점이 있다. 무작정 짧다고 잘 쓴 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학창시절에는 짧은 시
위주로 배우기 때문에 그 안에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시의 ‘시옷’도 알지 못한 생각이다. 시가 짧은 이유는 그 안에 이야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시인이 오랜 고민을 통해 이야기를 짧은 문장으로 압축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를 처음 쓰는 사람은 짧게 쓰기보다는 길게 쓰고, 길게 쓰는 게 익숙해지면 여러 번의 퇴고를 거쳐 그 시를 짧게 줄이는 것이 좋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써낸 작품이 잘 쓴 시인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강 교수는 “잘 쓴 시, 좋은 시에 대한 기준이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라 간단히 대답하기는 어렵다. 다만, ‘못 쓴 시’에 대해 알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선 시는 구체성이 있어야 하고 매우 논리적이어야 한다. 또, 지나치게 화려한 수식어를 사용한 시도 잘 썼다고 보기 어렵다”고 의견을 전했다.
 끝으로 강 교수는 “시를 안 읽고 안 쓴다고 사는 데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는 짧은 글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짧은 글 속에 숨어 있는 보물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
는 “더 나아가 학생들이 시를 한번 써 봤으면 좋겠다. 특별한 사람이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를 쓰기
때문에 자신이 특별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시 쓰기를 독려했다.

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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