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또다시 유목하는 우리, ‘노마드’ (한성대신문, 532호)

    • 입력 2018-03-26 00:00

 놀고 먹고 쉬면서만 살 수 있다면 더 없이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수 없다. 어차피 해야할 일, 최소한 내가 머물고 싶은 곳에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해외여행을 다니며 노트북으로 업무를 본다면, 굳이 여행이 아니더라도 단골 카페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어떨까. 숨 막히는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보다 더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원하는 장소에서 디지털 기기로 일하는 방식을 우리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고 부른다. 최근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문화가 급부상하면서 각광받고 있는 새로운 업무형태다. 여기서 노마드(Nomad)'는 우리말로 유목민(遊牧民)이라는 뜻이다. 노마드에서 파생된 노마디즘(Nomadism)은 유목민적인 삶과 사유를 추구하는 유목주의를 의미한다. 특히, 요즘에는 특정한 방식이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자아를 찾아간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노마드는 현대 노마디즘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익히 알고 있듯 유목민은 가축을 방목하기 위해 목초지를 찾아다니며 이동생활을 하는 민족이다. 정착민의 관점에서 이들은 항상 야만적인 오랑캐로 기록돼 왔다. 학창시절 역사책에서 한번쯤 접해본 몽골족·훈족·흉노족·거란족 등이 바로 그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주목한 일부 철학자와 역사가는 유목주의, 노마디즘이야말로 인류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이해하는 본질적인 개념이라고 주창한다.
 유목을 과거의 생활양식으로 치부하는 사람이 많지만, 지금도 실크로드에서는 적지 않은 유목민을 만날 수 있다. 중앙아시아의 ‘~스탄(stan)’ 국가에는 아직도 유목생활을 하는 주민들이 많다. 또한, 유목의 본토라 할 수 있는 몽골에도 많은 유목민들이 살고 있다. 에스키모로 알려진 시베리아의 이누이트족역시 유목민이다. 이외에도 아프리카 수단의 누에르족, 케냐·탄자니아의 마사이족 등이 유목생활을 하고 있다.
 유목민은 원체 호기심이 많고 모험을 좋아해,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이동했다. 이는 그들이 줄곧 위험 부담을 안고 있었으며, 불안정한 여정에 삶을 맡겨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목민은 정착해 농사를 짓고 재산을 소유하며 자연을 지배하는 삶이 아니라, 자유롭게 이동하고 자연과 공존하며 여행하는 삶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사실 시간과 장소를 떠나서 우리는 모두 유목민이다. 인류는 약 6백만 년 전부터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해왔다. 인류가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정착한 것은 신석기 혁명이 일어난 1만 년 전에 불과하다. , 유목은 인류가 정착하기 훨씬 전부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삶, 그 자체다.
 이태주(기초교양교육과정) 교수는 우리 세계는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는, 언제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는 노마드 세상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미지의 세계를 찾아 나서는 진정한 노마드들이 곧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노마드 정신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노마드와 노마디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여행과 모험이 직업이 되고, 새로운 도전과 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세상이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모험 앞에서 주저하지 않고, 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진정한 노마드가 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강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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