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디자인과 마케팅의 앙상블 '브랜드' (한성대신문, 533호)

    • 입력 2018-04-16 00:00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브랜드에 노출된다. 지하철역에 비치된 음료 자판기에는 탄산음료 브랜드 로고가 새겨져 있고, 거리를 거닐다 보면 커피 전문점, 패스트푸드점 간판이 줄지어 놓여 있다. 집에 도착해 TV를 틀면 화장품, 전자기기 등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가 나온다. 과연 이러한 브랜드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까?
  브랜드를 만드는 전반적인 과정을 통틀어 우리는 ‘브랜드 디자인’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이라 하면 시각 디자인, 제품 디자인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브랜드 디자인은 브랜드라는 추상적인 것을 실체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기업은 브랜드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들이 해당 기업의 제품을 갖고 싶게끔 만든다. 브랜드 디자인은 ▲브랜드 포지셔닝 ▲브랜드 아이덴티티(BI) 제조 ▲브랜드 마케팅 전략 수립 및 시행 순으로 이뤄진다. 브랜드 포지셔닝이란 기업이 브랜드의 콘셉트를 잡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이를 소비할 특정 소비자 그룹을 선정하고, 이들에게 각인시킬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한다. 가령 고급 승용차를 생산하는 영국 기업 ‘롤스로이스’는 처음부터 고소득층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았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음하기 어려운 ‘롤스로이스’로 명명했다.
  그 다음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단계다. 기업은 BI를 이용해 고객들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브랜드의 이름, 로고, 마크 등으로 구체화된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고급스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브랜드 마크에 녹색을 사용했다. 이는 창립 당시 최고급 커피였던 브라질산 원두가 녹색 도장이 찍힌 채 납품된 것에 착안한 것이다.
  이렇듯 BI를 만들 때는 시각 디자인 요소들이 주로 동원된다. 이에 대해 우리학교 지상현(디자인대학) 교수는 “디자인 분야에서 보면, BI의 기능은 이미지 생산과 인지도 향상 측면으로 나뉜다”고 밝혔다. 색채와 같은 요소들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생산할 수 있고, 읽기 좋은 글씨로 로고의 가독성을 높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BI에 녹색과 흰색의 강한 색채 대비를 주어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BI가 완성됐다고 해서 브랜드 디자인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 ‘브랜드 마케팅 전략 수립 및 시행’ 단계가 남아 있다. 기업은 제품 체험단 모집, 무료 샘플 증정 등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후 기업은 마케팅 전략 성과에 따라 향후 브랜드 전략을 수립한다.
  브랜드 디자인을 할 때 요구되는 요소로는 창의성과 소비자 트렌드 분석을 꼽을 수 있다. 애플은 ‘한 입 베어 문 사과’를 마크로 채택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로고에는 완전한 모양을 넣어야 한다는 기존의 상식을 뒤엎었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 트렌드를 분석해 소비자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정확히 포착하는 과정도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브랜드는 치밀한 과정을 통해서 산출된다. 단순히 보기 좋은 로고를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고 홍보하는 절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케팅 전문가는 디자이너가 설정한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브랜드는 디자이너와 마케팅 전문가의 앙상블로 만들어진 산물인 것이다.

윤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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