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이제 ‘VAR 시스템’도 경기의 일부 (한성대신문,533호)

    • 입력 2018-04-16 00:00

 새벽 4시, 치킨과 맥주를 손에 쥐고 콩닥대는 가슴으로 텔레비전 앞에 앉은 김축덕 씨. 오늘은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통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축구 경기 날이 다. 양 팀 모두 점수를 내지 못한 전반전 종료 직전, 태극전사가 터트린 쐐기골. 하지만 심판은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리고 만다. 오심에 충격을 받은 김축덕 씨는 손에 들고 있던 닭다리를 놓치게 되고, 닭다리가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잠에서 깨게 된다. 매일 밤 이러한 악몽에 시달리던 김축덕 씨의 잠자리를 편하게 만들어준 소식은 바로 ‘VAR 시스템의 도입’이다.
 ‘VAR(Video Assistant Referee) 시스템’은 축구 경기에서 비디오 판정을 부르는 말로, 심판의 판정을 실시 간으로 확인해 오심이나 놓친 판정을 바로잡기 위해 도입됐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서 주심 외에 심판을 여럿 두는 이유는 선수와 공의 움직임이 빨라서 육안으로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도 있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시차(視差)’가 오심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시차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선 ‘차원’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는 3차원 공간에서 살아 가고, 3차원을 보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 눈에 전달되는 시각 정보는 2차원적이라, 실제로 우리는 3차원 세계를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우리는 나비가 ‘양옆(x축)과 위아 래(y축), 앞뒤(z축)’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눈이 받아들이는 나비의 움직임은 ‘양옆(x축)과 위아래(y축)’뿐이다. 우리의 뇌는 양쪽 눈을 통해 받아들인 2차원 시각정보를 통해 입체(3차원) 를 인식하는데.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시차’다. 시차는 관측 위치에 따라 나타나는 ‘물체의 위치나 방향의 차이’를 말한다.
 우리의 눈은 가로 방향으로 약 6.5cm 떨어져 있다. 이 간격 때문에 왼쪽과 오른쪽 눈은 서로 다른 시각정보를 보게 되는데, 이것이 ‘양안 시차’다. 우리가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양안 시차를 뇌가 재해석하기 때문인데, 이는 2차원 정보를 바탕으로 ‘추측’하는 것이라 완벽하진 않다. 따라서 같은 공을 보고 있어도 보는 장소와 각도에 따라 그 위치나 형태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그러므로 오심을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영상을 촬영해 물체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
 VAR 시스템에는 골라인에 설치된 카메라 2개를 포함한 최소 12개의 카메라, 그리고 비디오 판독 부심이 필요하다. 비디오 판독 부심은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에서 최적의 각도를 찾아 경기장의 주심 에게 전송한다. 주심을 이를 참고해 최종 판정을 내린다.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지난 1월, VAR 시스템 도입에 대해 “2016 년 3월부터 지난 2년간, VAR 시스 템은 1,000여 회의 경기에서 사용 됐고, 98.9%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도 옛말이 된 것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열기가채 식기도 전에 러시아 월드컵이 두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월드컵에 VAR 시스템이 도입된다는 소식을 들은 김축덕 씨는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에게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편하게 잠이 들었다.

박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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