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침도는 과학 이야기> 마카롱은 들어봤는데… ‘머랭’이 ‘뭐’랭? (한성대신문, 533호)

    • 입력 2018-04-16 00:00

 요즘 SNS를 하다보면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마카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리학교 앞에도 마카롱으로 유명한 디저트 카페가 있으므로 오며 가며 한 번씩은 마카롱을 접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마카롱에 대한 것이 아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마카롱의 주재료인 ‘머랭’이다. 지금부터 머랭의 A부터 Z까지 파헤쳐보자.
 사전에서는 머랭을 ‘달걀 흰자에 설탕과 약간의 향료를 넣어 거품 낸 뒤 낮은 온도의 오븐에서 구운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제과제빵 현장에서는 굽기 이전 즉, 거품 낸 것 자체를 머랭이라 지칭하는 편이 더욱 일반적이다. 정석대로라면 아몬드, 코코넛, 바닐라 등 각종 향료를 첨가하지만, 이를 생략해도 머랭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마카롱 외에도 머랭으로 할 수 있는 요리는 다양하다.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케이크와 카스테라는 물론, 누네띠네와 티라미수에도 머랭이 들어간다. 이외에도 머랭만으로 만들 수 있는 ‘머랭쿠키’와 머랭으로 끓인 수프 ‘콩소메’까지…. 머랭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다.
 최근, 단순한 레시피로 집에서 빵이나 과자를 굽는 홈베이킹이 유행하면서 머랭 만들기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머랭을 치는 것은 굉장히 까다로운 일로 알려져 있다.
 머랭을 치려면 달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할 때 노른자가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달걀 흰자는 수분 85%와 단백질 15%로 구성돼 있는데, 거품기로 흰자에 충격을 가하면 단백질 의 균형이 깨지면서 그 구조가 풀어진다. 이것을 ‘단백질 변성’ 이라 한다. 이렇게 변성된 단백질이 달걀 흰자 내 수분, 휘핑 시 유입되는 공기와 서로 결합하면서 더 단단하고 응집력 있는 머랭을 형성하는 것이다.
 반면, 노른자에는 지방이 32%가량 함유돼 있는데, 지방은 흰자의 수분과 단백질이 결합하는 것을 막아 거품이 이는 것을 방해한다. 일종의 ‘소포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노른자가 들어가면 머랭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다.
 달걀 흰자만큼 머랭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재료는 ‘설탕’이다. 머랭을 칠 때 일어나는 거품은 불안정한 상태라서 기포의 공기가 빠져 나가면 금방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거품에 설탕을 넣으면 점성이 강화돼 기포가 안정화된다. 이때 주의해야할 점은 설탕을 한 번에 다 넣지 말고 여러 번에 나눠서 넣어 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안정적인 기포 형성이 어려워 거품의 부피가 작아지고, 결국 원하는 질감을 얻을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머랭을 만들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백설탕 대신 다른 재료를 넣어도 될까? 윤성준(혜전대학교 제과제빵과) 교수는 “물론 황설탕이나 흑설탕으로도 머랭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정제당이 아닌 만큼 연화제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지 못한다. 꿀, 물엿, 조청, 올리고당 등으로 설탕을 대체할 수도 있으 나, 이 경우 결정화 단계가 진행되기 때문에 거품이 지속되기는 어렵다”며 가급적 백설탕을 사용할 것을 추천했다.

강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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