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프로의 자격 (한성대신문, 533호)

    • 입력 2018-04-16 09:00

프로라는 말이 전문적인이라는 뜻을 가진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이란 단어에서 나왔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흔치 않다. 어딘가 어설픈 아마추어와 반대되는, 그 일을 직업으로 삼는 진짜배기 전문가인 것이다. 따라서 언론에서 흔히 프로라고 하면, 당연히 이는 정식 언론사에서 일하는 기자들을 지칭한다.
우리는 프로에게 아마추어와는 다른 모습을 기대한다. 어설프지 않고, 실수하지 않으며, 책임 있는 자세로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는 프로의 모습이란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낭만과 현실 사이에는 늘 괴리가 있는 법이라고. 이번에 벌어진 학보사 기사 무단 도용 사건은 우리가 생각하는 프로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49일 발행된 <고대신문>에 따르면, 인터넷언론사인 N사는 <고대신문>을 비롯하여 <대학신문>, <서강학보> 등 총 16개의 학보사에서 80여 편의 기사를 무단으로 도용했다. 그마저도 어디까지나 확인된 범위일 뿐이지, 찾아보면 얼마나 더 많은 학보사가 연관되어 있을지는 미지수다. 심지어는 학보사 기자의 이름까지 그대로 가져오거나, 학보사가 자체적으로 촬영한 사진에 N사의 워터마크를 박아 게시하기도 했다. 작년 12, 이미 <대학신문>에서 기사 도용 사실을 인지하고 이에 대해 항의한 바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질이 나쁘다. 당시 N사는 재발 방지와 함께 사과문을 발송했음에도, 이후에도 계속 학보사 기사를 도용해 온 것이다. 유명 포털 사이트들과 뉴스 제휴를 맺고 있고, 공식적인 언론사 목록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프로언론이 아마추어인 학보사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고스란히 베껴온 셈이다.
이 사태에 대해 프로가 늘어놓는 변명 역시 옹색하기만 하다. 기사에 따르면 N사의 대표는 인터넷언론 업계의 열약한 환경으로 책임을 돌렸다. 현재 인터넷언론은 언론사 6,000여개 중 제대로 운영이 가능한 언론사가 800여 개도 안 될 정도의 레드오션이며, 이런 상황 때문에 도의적으로 어긋난 일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의 열약함이 도둑질의 이유가 된다면 장발장은 19년 동안 옥고를 견뎌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른바 저널리즘의 위기라고 일컫는 시대, 이젠 프로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언론들이 난립하고 있다. 다른 언론의 기사를 베껴오는 우라까이는 이미 언론의 오랜 관습이자 밥줄이며, 핫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노 룩(No Look) 취재마저 서슴지 않는 건 이미 일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런 시대에도 엄연히 프로의 자격은 존재하는 법이다. 이 세상에 아마추어적인 프로는 필요하지 않다. ‘프로의 이름을 감당하려면 그에 걸맞는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해야할 것이다.

이주형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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