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악보에 그려진 수학 공식을 풀다(한성대신문, 534호)

    • 입력 2018-05-14 00:00
▲벽화 〈아테네 학당> 테트락티스 (Tetractys)는 피타고라스의 음계 이론 을 상징한다.

 작곡가와 수학가가 ‘다양한 음표가 나열된 악보’와 ‘수학공식이 빼곡히 적힌 노트’를 놓고 서로 비교한다고 가정해보자. 아마 그들은 서로의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음악을 수학의 한 부분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들은 음계의 비율과 화성학에서 수학 적 원리를 찾았으며, 음악은 수학을 설명하기 위한 좋은 교과서라고 생각했다. 물론 어떤 이에게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치밀한 수학적 계산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기사를 차근차근 읽다보면, 어느새 음악과 수학의 ‘끈끈한’ 관계를 능히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음계와 얽힌 수학 이야기
 수학시간에 배웠던 ‘조화수열’은 원래 음계에서 유래됐다. 그리스의 음악가이자 수학가인 ‘피타고라스’
는 서로 조화를 이루는 특정 음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음들을 발생시키는 현의 길이 비율을 나열했더
니, 그 역수가 앞의 숫자와 항상 일정한 차이를 두는 등차수열을 이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역수가 등차수열을 이루는 수열’로 정의되는 ‘조화수열’의 유래다. 이에 대해 신현용(한국교원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는 “피타고라스는 인간의 귀에 가장 아름답게 들리는 화음은 수학적 사유 과정에서 얻어진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바흐의 곡집 중 하나인 <평균율>에서도 수학적 원리를 찾아볼 수 있다. 이 곡집의 음정은 각 음 간의 진동수가 일정한 무리수의 비율을 가지고 있다. 신 교수는 바흐의 <평균율>에 대해 “피타고라스 음계는 정수와 분수, 즉 ‘유리수’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음을 간단 한 정수비(正數比)로 구분하게 되면 대체적으로 화음이 잘 맞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음정의 범위를 확대하게 되면 미묘한 불협화음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불협화음을 해결하려면 ‘무리수’를 활용해야한 다. <평균율>은 간단한 정수비로 완벽한 화음을 내는 대신, 모든 음을 평준화시켜 불협화음을 없앤 것”이 라고 소개했다.

황금비율, 보지 말고 들으세요
 건축물이나 미술 작품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황금비율’은 수학과 예술의 결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
례다. 그러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건축물이나 미술작품 등 시각적 요소가 없는 곳, 즉 음악에서도 황금비율은 존재한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황금비율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피보나치 수열’을 꼽았다. 피보나치 수열이란 앞선 두 수의 합이 바로 뒤에 오는 수가 되는 ‘수의 배열’이다. 신 교수는 “음악에 있어 황금비율은 곧 피보나치 수열이고, 피보나치 수열이 곧 황금비율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피보나치 수열이 적용된 대표적인 곡에는 헝가리의 작곡가 버르토크(B. Bartók, 1881~1945)가 작곡한 ‘현악기, 타악기, 첼리스트를 위한 음악(Music for Strings, Percussion and Celesta)’이 있다. 신 교수는 “이 곡의 클라이맥스는 제1악장의 55마디다. 이는 피보나치 수열에 등장하는 수인 89, 55, 34, 21, 13 등과 주목할 만한 연관성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진동
 음악과 수학을 연관 지을 때 음파에 대한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적인 소리는 복잡한 파동의 형태인 ‘파형’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음악적 분석이 어렵다. 이 때문에 사람의 목소리, 바람 소리, 물 소리 등을 정확히 어떤 음이라고 단정 짓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악기의 경우, 특정 음에 따라 비교적 명확 한 파형을 보인다. 또한, 파동은 공기를 매개로 퍼져나가면서 다른 파동들과 간섭하기도, 합성하기도 한 다. 이때 파동은 파형과 세기, 주파수 등에 따라 무한한 형태로 합성하게 되는데, 이 같은 원리를 활용하 면 아름다운 연주곡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때, 우리는 프랑스의 수학자 푸리에의 ‘어떠한 반복되는 파형도 많은 수의 기본적인 파형의 합으로 나 타낼 수 있다’는 ‘푸리에 정리’를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오케스트라의 파형을 분석해 어떤 악기 가 어떤 소리를 냈는지, 그리고 같은 악기라도 누가 더 큰 소리를 냈는지 등을 세세하게 분석해 낼 수 있다.
 신 교수는 ‘푸리에 정리’를 음악에 적용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기본적인 파형은 삼각함수로 나타낼 
수 있고, 마찬가지로 반복되는 파형도 삼각함수로 나타낼 수 있다. ‘푸리에 정리’는 애초부터 반복되는 파형에서 함수를 떠올리고, 삼각함수의 급수로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음파를 ‘푸리에 정리’로 나타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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