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청년 보금자리 메이커, 김동찬 대표 (한성대신문, 534호)

    • 입력 2018-05-14 00:00
 학교를 다니기 위해 지방에서 혼자 상경하게 된 A씨. 학기 초에 학과 에서 진행했던 친목행사는 자취방을 구하느라 거의 참석하지 못했다. 뒤늦게 친구를 사귀자니 낯가림이 심해서 힘들기도 했고, 더군다나 이미 친하게 지내는 집단이 형성된 뒤라 쉽게 다가가기도 어려웠다. 결국 A씨는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나홀로족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다행히 요즘은 사회적으로 혼술·혼밥·혼영러의 이미지가 썩 나쁘지 않아 그럭저럭 지내고 있지만, 외로운 마음을 지우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혹시 이 기사를 읽는 당신도 A씨와 같은 상황은 아닌지? 그래서 이번에는 외로운 학생들을 위해 보금자리를 만드는 사람, ‘만인의 꿈’ 김동찬 대표를 만나봤다.

Q. 만인의 꿈? 이름만으로 정체를 유추 하기 어려운데

A. ‘만인의 꿈’은 신촌 일대에서 셰어하우스 형태의 공유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현재 120여 명의 청년이 본사에서 제공하는 주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요. 이뿐만 아니라 카페, 갤러리, 학교, 식당 등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원래부터 관심있던 분야였나
A. 7~8년 전이었어요.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학업과 일을 병행하던 학생이었죠. 26살 쯤 됐을 땐데, 집이 멀어서 되도록 숙소가 제공되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다녔어요. 학업과 일을 병행하려니까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죠. 차라리 창업을 해서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공부를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터디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했는데, 나름대로 수익이 있었고 결과도 좋아서 그때 부터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젊은 나이에 성과를 냈더니 강연 의뢰도 많이 들어왔어요. 주로 꿈에 대한 강연 이었죠. 그때 “나는 꿈이 있어서 창업을 할 수 있었고, 돈도 많이 벌 수 있게 됐다”고 강연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 지 않았어요. 저는 금전적으로는 부족했지만 할 수 있었던 것은 굉장히 많았거든요. 영어와 중국어도 잘했고, 유학도 다녀왔고, 공군 장교도 했어요. 그래서 저는 꿈을 가질 수 있었는데, ‘어쩌면 다른 사 람은 꿈을 가질 기회조차 없을 수 있겠다’ 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어려운 상황에서 꿈을 갖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결국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그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더라고요. 누군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주면 청년들이 꿈을 갖는데 더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생각을 모아 만든 것이 현재의 ‘만인 의 꿈’이에요.

Q. 어려운 일도 분명 있었을텐데
A. 회사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죠. 어떤 회사나 겪는 문제를 저희도 똑같이 겪고 있어요. 회사는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때도 있고, 금전 문제를 겪기도 해요. 다른 회사도 똑같이 겪는 일이니 우리 회사가 유난히 힘들다고 말하기는 어렵죠. 그래도 하나를 고르자면, 지금의 회사를 설립하기 전에 겪은 일을 들 수 있겠네요.
 청년들을 위한 ‘드림인턴’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때였어요. 힘들게 지내는 청년들을 전국에서 데려와서 3개월 동안 숙식을 제공하고, 교육하고, 일자리 알선도 해주는 프로젝트였어요. 1년 동안 4차례 진행했는데, 제가 앞서 말했던 두 가게의 수익으로만 운영한 거라 오랫동안 지속하기는 어려웠어요. 그리고 3개월은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기엔 부족한 시간이기도 했고요.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고 만 거죠.
 그런데 그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지금 운영하는 두 가게를 정리해서 청년들에게 더 투자하면, 청년들은 일자리가 생겨서 좋고, 나는 그 투자 수익으로 더 많은 청년을 지원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가게를 정리하고 건물 한 채를 빌려서 창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창업 공간과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어요. 그래도 이때의 경험이 ‘만인의 꿈’을 운영하는데 많은 도움이 돼서 만족하고 있어요

Q. 공간 운영 시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A. 청년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 라고 생각해요. 특히 요즘 청년들은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주변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 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더라고요. 이런 상 황을 보면 청년 시기에 겪는 우울증이 소외감, 고독감과도 큰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만인의 꿈을 이용하는 청년들이 관계를 통해 정서적인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셰어하우스마다 놀이, 공부, 체험 등 다양한 ‘미션’을 주고, 이를 잘 수행한 집에는 생활비를 지원하는 방식이죠. 구성원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친해지잖아요?

 끝으로 김 대표는 “요즘 혼술, 혼밥을 즐기는 1인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 모습이 멋있게 보일 수도 있어요. 여건이 돼서 혼자 지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청년이 스스로 원해서 혼자 지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청년들이 혼자 무언가를 해결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무언가를 함께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관계 속에서 더 큰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잖아요?”라며 웃었다

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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