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침도는 과학 이야기> 떡떡, 거기 글루텐 있나요? (한성대신문, 534호)

    • 입력 2018-05-14 00:00

 친구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들어간 작은 분식집.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음식 앞에선 멱살잡이를 부르는 취향 차이가 있다. 부먹과 찍먹, 퍼진 면과 꼬들 면. 그리고 빠지지 않는또 하나의 난제, 밀떡과 쌀떡! 국민 간식 떡볶이에도 이러한 취향 차이가 발생한다니, 떡의 종류가 떡볶이의 맛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밀떡과 쌀떡은 말 그대로 ‘밀 가루로 만든 떡’과 ‘쌀로 만든 떡’이다. 각각의 원료인 밀가루와 쌀로 구분해 생각해 보면, 이둘의 가장 큰 차이는 단백질 함량이라고 볼 수 있다. 단백질은 ‘수용성 단백질’과 ‘불용성 단백 질’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주의 깊게 봐야할 것은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은 떡볶이의 식감을 살리 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
 밀가루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80%는 글리아딘(Gliadin)과 글루테닌(Glutenin)이라는 불용성 단백질로 이루어져있다. 이 두 단백질은 물을 매개로 서로 결합하려는 성질을 가진다. 따라서 밀떡의 밀가루 성분과 양념의 수분이 만나면, 글리아 딘과 글루테닌이 결합돼 ‘글루텐(Gluten)’이 된다. 글루텐은 길게 늘어나는 글리아딘의 신장성과 압력을 가해도 다시 되돌아오는 글루테닌의 탄력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송동흠(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운영위원장은 “글리아딘은 구슬모양의 분자 구조를 가지고 있고, 글루테닌은 분자 사이가 막으로 이루어진 그물망 모양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이 결합된 글루텐은 글리아딘이 기둥, 글루테닌이 벽을 이루는 형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 에서 떡의 밀도가 높아져 삼투압 현상이 더 잘 일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더 쫄깃한 식감을 가지게 될 뿐 아니라, 양념이 떡에잘 배어들어 양념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된다. 반면, 쌀에는 글루텐이 없기 때문에 떡볶이용 쌀떡은 밀가루를 살짝 섞은 혼합 떡을 주로 사용한다.
 그렇다고 밀떡이 쌀떡의 우위에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실제로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전국 20대 300명을 대상 으로 실시한 ‘떡볶이에 대한 20대 인식 조사’에 따르면 쌀떡볶 이를 선호하는 사람이 51.3% 로 밀떡볶이를 선호하는 사람을 근소하게 앞섰기 때문이다. 밀떡에 ‘쫄깃한 식감’이 있다면, 쌀떡에는 떡 자체의 ‘고소한 풍미와 찰기’가 있어, 떡볶이 양념과 만나면 무시 못 할 매력을 발산한다. 자신이 밀떡파인지 쌀떡파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면, 지금 당장 떡볶이 집으로 뛰쳐나가보자.

박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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