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人> 어제의 꿈을 내일의 현실로 그려내다, 일러스트 작가 이시우 (한성대신문, 535호)

    • 입력 2018-06-04 00:00

SNS 타임라인에서 ‘감성 일러스트’ 나 ‘감성 글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현실에 치인 상처를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듯한 그림과 글귀를 보며 지친 자신을 위로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따뜻한 손길로 보듬어 주는 것보다, 같은 상처를 내보이며 ‘공감의 악수’를 청하는 것이 더 위로가 되기도 한다.바로 여기, 우리 모두가 한 번씩은 가졌을 법한 상처를 그려 ‘현실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가가 있다. 일러스트 작가 이시우 씨다.

뜻밖의 길로 들어서다
 그의 꿈이 처음부터 일러스트 작가는 아니었다. 사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마음 한 켠에 ‘광고제작자’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 서핑을 통해 우연히 접한 인쇄 광고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단 한 컷으로 제작자의 의도를 드러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쇄광고는 제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때부터 ‘나도 이런 광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요. 하지만 그때는 막연히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 어떤 것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 작가는 우리학교 의생활학부에 입학했다. 전공수업에서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을 접한 그는 이내 흥미를 느꼈고, 인터넷을 뒤져가며 독학으로 ‘일러스트레이터’를 공부했다. 이렇게 취미로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그는 자연스레 일러스트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이시우 작가의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
단 ‘한 컷’에 우리의 삶을 담다
  그의 일러스트 작품은 대부분 한 컷으로 주제를 드러낸다. 이렇게 작품을 완성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인쇄광고물의 성격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 때문에 그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스토리보드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 대신, 한 컷에 주제를 압축하는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그가 작품 소재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험’이다. 그는 평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소재로 활용하거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그린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이 넥타이가 밧줄이 되 어 목을 조르는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와 혀 끝에 목을 매고 죽어있는 사람을 그린 <혀에 목을 맨 사람>이다. 두 작품 모두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며 큰 공감을 얻었다. 특히 <혀에 목을 맨 사람>은 페이스북에서 큰 화제가 되어 이 작가를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점자블록 실종 전단지
공공디자인의 세계에 발을 들이다
 혹시 성북구 일대 횡단보도에서 ‘스마트폰 정지선’을 본 적이 있는가? 이는 이 작가가 팀장으로 있던 ‘00ptical(공공옵티컬)’이 활동한 결과물이다. 성북구청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정지선’을 본 사람의 70%가 ‘스마트폰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이 작품은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스마트폰 정지선’ 다음에 작업한 ‘점자블록 실종 전단지’ 역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문제를 재고할 수 있도록 독창적인 디자인물을 설치해 보자’는 목표로 시작한 팀 활동이 많은 관심을 받게 되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각인이 되는 지도 알게 됐고요.”

꿈을 향한 발걸음
  하지만 그에게도 고난은 찾아왔다.
“지하철에 작품을 설치하려던 때였어요. 기존에 활동하던 예술단체를 통해 구 청과는 연이 닿아 있었거든요. 수월하게 진행했던 일전의 프로젝트와 달리, 관련 기관의 허가를 받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실무 경험이 없는 그는 어떤 방식으로 기획안을 작성해야 할지, 어떤 식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지 몰랐고, 결국 그 프로젝트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공부해야할 것이 더 많다고 느껴 얼마 전에 팀을 나왔어요.”
  현재 이 작가는 일러스트 작업뿐 아니라 광고제작자가 되기 위한 준비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지금처럼 작가활동도 하고 싶고, 캐릭터디자인 업무도 해보고 싶어요. 팀에서 하던 디자인 활동도 계속 하고 싶고요. 광고제작자 말고도 해보고 싶은 일이 많은데, 그래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광고제작자(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예요.”
 그는 광고만큼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는 분야가 없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 해온 모든 작업은 광고제작자의 꿈을 이루기 위한 밑작업이 었다고 설명했다.
꿈 많은 일러스트 작가 이시우 씨를 10년 뒤 내일, 광고제작자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명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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