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人> 글 잘 쓰는 예쁜 누나, 창작집단 ‘SSAK’ 임주현 작가 (한성대신문, 535호)

    • 입력 2018-06-04 00:00

 

흔히 인생을 두고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그에 대비하고 싶어한다. 공무원 시험 응시 인원이 매년 사상 최다를 돌파하는 요즘, ‘예측불가’는 청년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시대에도 예측할 수 없는 분야에 투신하고, 알 수 없는 인연에 이끌려 자신의 삶을 가꾸어가는 젊은 예술가는 있다. 우리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창작집단 ‘SSAK’에서 희곡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임주현 작가(30)를 소개한다.
 
 “행정학 시간에 전공 공부를 하기보다는 소설책을 많이 읽었어요. 게다가 우리학교는 도서관이 잘 돼있잖아요. 도서관에서 책을 엄청 많이 빌려 읽었어요. 학교 공부가 너무 재미없어서요(웃음).”

 임 작가는 우리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 공부는 그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런 그의 생활에 전환점이 된 것은 다름 아닌 <한성대신문>이 주최한 ‘한성문학상’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쓴 단편소설이 당선작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와 걱정을 뒤로 한 채 창작의 세계로 뛰어 들었다. 그런데 소설을 쓰며 소설가를 꿈꾸던 임 작가는 어떻게 희곡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혼자 소설을 쓰다가 지인의 소개로 교육극의 대본을 쓰게 됐어요. 그때 쌓은 인맥 덕분에 계속해서 연극 각본을 쓰게 됐는데, 작업이 생각보다 흥미로워서 자연스레 희곡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듬해에는 서울연극센터에서 주최하는 ‘플레이-업 아카데미’에도 참여했어요. 희곡 작가 6명을 뽑아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저도 많이 성장했어요.”

 하지만 임 작가가 직면한 과제는 한둘이 아니었다. 비전공자라는 점, 생계 유지가 어렵다는 점, 주변 사람들이 만류한다는 점 등 현실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작가로서 해야할 그 어떤 준비도 하지 못한 점이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문어체를 쓰는 소설과 희곡은 완전히 다른 장르이다 보니 모든 게 생소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연극 대본을 쓰는 것이 너무 어려웠어요. 작업하면서 여러 작가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그분들이 언급하는 유명한 작가와 작품 얘기를 하나도 못 알아듣겠더라고요. 그래서 몰래 작가 이름, 작품을 메모한 후에 도서관에 가서 다 읽어보고 그랬어요.”

 임 작가는 남들보다 출발이 늦은 만큼 더 치열하게 노력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도서관이 문을 닫기 전까지 계속 책장을 넘긴 덕분에, 이제는 고전까지 섭렵하게 됐지만, 그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며 자신을 낮췄다.

  “이제 4년차인데 제 생각에 아직 떳떳한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정도면 사람들한테 읽혀도 되겠다’라는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아니거든요. 제가 쓴 작품이지만 스스로도 확신이 안 서는 경우가 많아요. 떳떳한 작가가 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어요.”

 그는 재미있게 향유할 수 있는 작품도 좋지만, 더 나아가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생각할 거리를 주는 깊이있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했다. 연극이 끝난 뒤에도 관객 에게 긴 여운을 주고 싶은 탓이다.

   “저는 사실 판타지 소재를 가져와 현실에 반영하는 것을 선호해요. 제가 썼던 <청년, 카뎃블루시대>, <안락의 정원>은 모두 판타지에서 소재를 가져왔어요. 현실에 없는 소재라 머릿속에서 마음껏 상상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어요. 하지만 주제가 깊어질수록 헤맬 때도 많아요. 연극 무대에 올리려면 극 중 배경을 제한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상상한 그대로 표현할 수 없을 때는 정말 아쉬워요. 그래서 지금 각본 작업을 하고 있는 <여전사의 섬>이 끝나면 아쉬움이 남는 작품들을 모아 다시 다듬어볼 생각이에요. 어차피 연극은 계속해서 수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 장르니까요.”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묻자, 그녀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은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작가가 되길 바라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는데, 바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라는 책이에요. 굉장히 슬퍼서 읽기 힘들 수도 있지만 한강 작가의 미문(美文)에 빠져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추천 이유에요”라고 대답했다.

 임 작가는 먼 미래에 장편소설을 출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차적인 목표는 계속 글을 쓰면서 어엿한 희곡작가로 인정받는 것이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장편소설을 꼭 출판하고 싶어요. 처음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소설’이라서인지 그 끈을 완전히 놓고 싶지 않아요.”

 먼 훗날 임주현 작가의 장편소설이 당신의 손에 들려있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임주현 작가의 노트와 연극 대본


                                                                                                                                       심상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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