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시은 교수의 ‘인간관계의 이해’
인간관계는 삶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간 그 자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는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를 맺으면서 이 세상에 태어나며,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고, 배우자와 가정을 꾸리다가 자식들의 배웅을 받으며 세상을 떠난다. 관계 속에서 태어나고, 관계 속에서 살아가다가 다시 관계 속에서 죽는 것이다.
배시은(학생상담센터) 교수의 ‘인간관계의 이해’는 이러한 인간관계의 다양한 측면들을 살펴보고 ‘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이해하여, 비로소 본인과 그를 둘러싼 관계들을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강의이다.
강의는 기본적으로 심리검사를 통해 내가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를 진단해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심리학적으로 인간관계는 타인이 아닌 ‘나’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내가 없으면 타인도 없고, 타인이 없으면 당연히 관계도 없다. 일단 내가 누군지 인식하고, 나의 문제점을 알게 되고나서야 비로소 나를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심리검사가 반드시 정확하지는 않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문제가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검사를 할 때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임하게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학생들은 모두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다음, 이에 대한 자기반성(Reflection)을 작성하여 제출해야한다. 전문상담사의 도움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알게 되는 것이다.
본인의 문제를 자각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다면 그 다음은 타인에 대한 이해다. 이때 타인은 스스로를 ‘나’라고 생각하는 ‘또 다른 나’이다. 타인을 객체인 남이 아니라, 온전한 주체로서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한다. 학생들은 서로의 심리유형을 조원들과 함께 공유하며 토의한다. 3달간의 토의를 통해 학생들은 조원들에 대해 깊이 알게 되고, 그러함으로서 그 사람의 성격과 관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공감하고 하나의 온전한 주체로 인정하게 된다.
강의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들이 자기반성과 타인과의 조율을 통해 유연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인간관계의 정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정형이 존재한다면 현실에서 인간관계에 문제를 겪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쌓는 유일한 방법은 나와 타인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관계를 맺는 대상에 따라 유연하게 관계를 쌓는 것이다.
배시은 교수는 “인간은 사회의 동물이기 때문에 협소한 인간관계로는 고립되고 단조로운 삶에 갇히게 된다. 또한 ‘나’라는 것 역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정의되기 때문에 인간관계는 그야말로 삶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인간관계를 이해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설명했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강남역 살인사건에서부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데이트 폭력까지, 요즘 우리를 둘러싼 문제들 중에서 ‘그릇된 인간관계’로부터 자유로운 문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들 역시 인간관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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