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막 1장에서 발걸음을 떼며 (한성대신문, 535호)

    • 입력 2018-06-04 00:00

 부푼 꿈을 안고 학보사에 입사한 지 어느덧 1년하고도 3개월이 흘렀다. 처음 학보사에 지원한 것은 순전히 고등학생 시절, 드라마에서 본 학보사의 모습 때문이었다. 독립된 개인 공간이 있는 사무실, 애플사 컴퓨터 앞 아기자기하게 꾸민 책상, 회의실에서 빔프로젝터로 회의하는 모습, 훈훈한 편집국장 선배, 츤데레같은 입사 동기… 이보다 완벽한 근무환경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에 비하면 입사 후 내가 겪은 학보사는 이상을 넘어선 ‘현실’ 그 자체였다. 시간이 지나고 경력이 쌓일수록 기사를 찍어내는 기계가 된 듯, 소모되는 느낌을 받았다. 수습기자 때의 설렘과 떨림은 이미 없고 그저 마감일에 쫓겨 며칠씩 밤을 새우는 쳇바퀴 속 다람쥐가 돼버렸다. 지난 2월 말, 새내기호와 개강호를 동시 작업하면서는 5일 동안 총 10시간도 자지 못해 앓아눕기도 했다. 컴퓨터를 오래 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목과 어깨, 손목 통증을 자주 겪었고 불규칙한 수면패턴으로 불면증을 앓기도 했다.
 퇴사를 고민할 만큼 호되게 슬럼프를 겪은 적도 있다.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상실했을 때였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우리학교 학생들은 의견 피력이 소극적인 편이다. 학생들이 학내 사안에 무관심하다는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속상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학교에 대한 비판을 일삼으면서, 막상 오프라인에서 소통의 장이 마련되면 초라할 정도로 참석률이 저조했다. 비워지지 않는 학보 배부함에서 지난 학보를 거 둬야 할 때 느껴야 했던 씁쓸함도 한 몫 했다.  ‘요즘 누가 신문을 본다고…’, ‘학보사에 투입하는 자금을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게 낫겠다’ 같은 말을 들을 때마다 그 기사를 써낸 기자가 ‘나’라는 사실에 위축됐다.
 다음 학기부터 나는 편집국장으로 승급된다. 마냥 먼 일이었을 적에는 오히려 자신에 찼지만, 지금은 내가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래도 나를 따르는, 내가 책임져야 할 식구들이 있어 조금 더 용기를 내보기로 한다.

강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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