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풍뎅이, 사슴벌레와 같은 탈피동물은 몸이 성장해 감에 따라 자신의 껍데기를 벗는다. 장장 몇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이 과정은 매우 고되다. 심지어 탈피 중간에 여력이 다해 그대로 죽는 경우도 왕왕 있을 정도다. 또 탈피를 무사히 완료했더라도, 새 껍데기가 단단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탈피’는 이들에게 주어진 가혹한 숙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보사’라는 집단도 정기적으로 ‘탈피’를 하게 된다. 바로 학보사의 우두머리인 ‘편집국장’이 바뀌는 때다. 편집국장은 학보사 내에서 최종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편집국장이 변경되는 시기는 ‘탈피’ 과정에 비유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실제로 편집국장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서 신문의 논조, 기사의 주제, 대외적인 활동 등이 결정된다. 어떤 지면에 어떤 기사를 실을지, 페이스북 페이지에 어떤 종류의 콘텐츠를 게시할지 등의 제반사항이 편집국장의 손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과정 역시 상당히 고될 수밖에 없다. 좋은 멤버와 좋은 리더는 엄연히 다르듯이, 신임 편집국장은 이전까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업무적 도전을 받게 된다. 사내 분위기, 기자들과의 관계, 업무 강도, 취재 현황, 행사 진행······. 개인의 업무만을 책임졌던 생활과 편집국장의 생활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때문에 학보사에 새로운 질서가 들어서고, 신임 편집국장이 완연한 리더로 자리 잡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진통이 수반된다.
우리 <한성대신문>도 이번 학기 종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탈피’를 시작한다. 현재 실질적인 권한은 대부분 차기 편집국장에게 넘어간 상태이고, 현역 편집국장은 직함만 유지하고 있을 뿐 이미 ‘껍데기’만 남은 상태로 임기 만료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임기 만료와 동시에 껍데기는 벗겨질 것이고, 여린 새 껍데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학보사에게도 ‘탈피’는 성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겪어야하는 과정이다. 시대의 조류는 흐르기 마련이고, 낡은 시대의 선장은 모험보다는 안주를 선택하기 쉽다. 특히 종이신문이 저물고 멀티미디어가 지배하는 이 시대에서, 단순히 기존의 방식만을 답습하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리더십과 생각을 가진 선장이 필요한 것이다.
어쨌거나,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껍데기는 떠나야 한다. 비록 그 과정은 고통스러울 것이고, 어떤 때에는 한없이 버거워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지나면 새 껍데기는 단단해질 것이고, 학보사와 구성원들은 마침내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그 마지막 순간에 이른 나는, 새로운 편집국장을 맞이하는 우리 학보사의 건투를 빌며 떠난다. 일찍이 한 시인이 적어두었듯,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주형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