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사업은 총 육천억원이 지원되는 공학 지원사업이며 코어 사업은 그 삼분의 일이 안 되는 인문학 지원사업이다. 지원하는 학문의 성격이 다른 만큼 보통 두 사업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두 사업의 목표는 모두 산업수요에 맞추어 대학들의 입학 정원을 조정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공학에 교육역량을 집중시키고, 인문학은 직업교육 혹은 교양교육의 형식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 사업들은 당장 우리학교가 통과해야하는 컨설팅 등 대학 구조개혁의 준거점이 되고 있다.
현재의 국가주도 교육 사업에서 인문대는 공대의 ‘타자’로서 존재한다. 프라임사업에 지원학교들의 대다수가 인문대 폐지를 고려한 것은 사실이다. 사업수요를 고려한 학사구조개편이라는 명목 하에 정부가 대학구성원들 간의 불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사업을 위하여 모 대학에서는 국어국문학과와 전자전파공학과를 융합하여 웹툰창작학과를 만들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일도 있었고, 그 과정에서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들의 의견은 무시되었다.
대학정원조정의 근거는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이라는 문서이다. 한 교육 관계자가 이 문건을 “공학·의학계열은 인력이 부족하고 인문·자연·예체능계열은 넘친다”라는 말로 요약한 것이 결국 프라임 사업과 코어사업을 낳은 것이다. 하지만 이 「전망」이라는 문서 또한 의심스럽다. 일례로 문서에 따르면 국내 의사 수는 2020년까지 매해 무려 4.9%씩 늘어 칠만칠천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미 5년전인 2010년 국내 의사 수는 8만을 훨씬 넘었다. 즉 대학구조조정의 근간인 통계가 엉터리인 셈이다.
우리학교 인문대는 이번 학사구조개편에서 가장 먼저 단대의 모습을 바꾸었다. 물론 생존을 위해 하는 일이지만, 학과를 통폐합하는 인문대의 학사구조 개편이 “트랙”이라는 명목아래 인문학을 직업교육으로 전환시키는 시도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학생들을 위한 변화이면 학생들이 환영하는 것이 당연한데, 가장 걱정하는 측은 학생들이다. 더욱이 우리학교에게 강요되는 변화가 잘못된 철학과 통계에 기반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하다.
김재철 교수
영어영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