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人> 넉넉한 마음이 든든한 한 끼로 ‘십시일밥’ 최문영 대표 (한성대신문, 536호)

    • 입력 2018-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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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09-07 00:39
▲십시일밥 최문영 대표
사진 제공: 십시일밥

수강신청 때 빛처럼 빠른 속도로 클릭해서 사수해낸 소중한 공강 시간. 이 시간을 누구보다도 의미있게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십시일밥’의 최문영 대표(한국외대 3)와 십시일밥 회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십시일밥은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몫이 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십시일반(十匙一飯)’ 에서 착안해 결성된 비영리 단체다. 회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 교내 식당에서 일한 뒤, 그 대가로 받은 식권을 취약계층 학우에게 기부하고 있다. 이곳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최 씨는 대학에 입학 한 후 십시일밥과 인연을 맺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취약계층 초등학생 교육 봉사, 캠페인 동아리 참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려운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대학에 입학하고 보니 학식 비용을 버겁게 느끼는 어려운 학생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던 중 페이스북에서 십시일밥을 알게 됐어요. 식권을 기부해 어려운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끌려 바로 연락했어요.”
십시일밥 회원이 돼 활동할 생각으로 들뜬 그녀에게 돌아온 대답은 청천벽력과 같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에는 십시일밥 지부가 없어서 활동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최 대표는 이사직을 맡겠다고 자처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같이 일할 동료를 모집해 지부를 꾸리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모집한 인원은 총 20명. 함께 봉사활동에 나서준 회원들과 1년을 보내고 최 씨는 십시일밥 사무국에서 활동한 뒤, 작년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다. 십시일밥이 활동하는 21개 학교를 총괄하고 800명의 봉사자를 책임지게 된 것이다. 그녀는 이사였을 때와 대표가 된 후에 책임의 무게가 매우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사였을 때는 업무도 인원도 적어서 부담이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 대표가 되고 나서 깊은 고민에 빠졌어요. 십시일밥은 월급 받고 일하는 단체가 아니고, 그저 좋은 마음에 모여서 일하는 곳이잖아요. ‘구성원들에게 돈이 아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제 대답은 ‘좋은 문화를 만들어주자’는 거였어요(웃음).”
최 대표는 사람 중심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직원과 소통할 때마다 그녀는 상대방이 존중받는 느낌이 들게끔 말하려고 신경썼다. 고생하는 이사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도 했다. 이러한 경험은 최 대표의 진로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십시일밥 대표를 하면서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업무가 생겼어요. 일하고 싶은 조직에 들어가 좋은 문화를 만드는 일이요.”
최 대표는 회원들과 함께 기부한 식권을 수혜자들이 의미있게 사용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차다고 했다. 수혜자들이 밥값을 아껴 평소 엄두도 못 냈던 저축을 하고, 카페에서 소소한 사치를 부릴 수 있어 좋아할 때마다 너무 기쁘다고도 말했다. 그런 그녀에게 일하면서 힘들었던 적은 없었는지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십시일밥의 이사직을 맡고 있을 때였어요. 처음에는 ‘봉사활동도 하고 이사직도 맡으면 힘들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막상 해보니 힘들지 않더라고요. 십시일밥과 관련된 일은 무엇이든지 즐거웠어요. 너무 즐거워서 쉬는 날에도 식당에 나가 일했어요(웃음).”
인터뷰하는 내내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 어릴 적부터 품은 그 마음은 그녀에게 남다른 봉사관을 갖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봉사는 한 쪽이 다른 한 쪽에게 일방적으로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오히려 봉사하면서 제가 배울 때도 많아요.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인터뷰 내내 그녀가 보여준 것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이러한 열의가 오늘날 십시일밥의 대표 최문영을 만들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걱정하고, 구성원들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녀에게 ‘평소 본인 걱정은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십시일밥에서 일한 지 어느덧 3년 반이 됐어요. 회원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제가 당연히 여기게 될까 봐 걱정돼요. 항상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회원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이 마음을 앞으로도 잘 지켜내려고요.”
오랜 시간 대표로 일해서일까. 그녀는 십시일밥 대표로서의 바람도 빠트리지 않고 이야기했다. “대중이 청년 빈곤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경제적으로 힘든 대학생들이 아직 많거든요. 봉사자분들도 자신이 하는 활동이 얼마나 뜻깊은 일인지 알고,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활동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십시일밥을 향한 그녀의 애정이 가난한 청년들을 언제나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길 기대해본다.

이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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