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바르지 마세요, 종이에 양보하세요” (한성대신문, 536호)

    • 입력 2018-09-03 00:00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미술을 전공한 김미승(24) 씨는 항상 예술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은 대학에서 성적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SNS에 개인의 개성을 표현한 작품이 자유롭게 올라오더라고요. 저 역시 제 개성을 담은 작품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특별한 소재를 찾다가 애착이 가는 재료인 화장품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폐화장품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김미승(24) 씨와 합정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화장품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때는 2014년 늦은 겨울이었지만, 그녀의 첫 작품은 사실상 고등학생 시절에 완성됐다. 

“고등학생 때 아크릴물감으로 인물을 표현해야 했는데, 피부 표현이 어렵더라고 요. 그때 물감 대신 가방에 있던 비비크림 샘플을 뜯어 피부를 표현해봤어요. 생각 보다 만족스럽더라고요. 화장품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예요.”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로 좋아 하는 행위를 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그녀는 작품을 그릴 때 아이섀도는 파스텔 처럼, 틴트는 수채화물감처럼, 매니큐어는 아크릴물감처럼 사용했다. 그녀는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을 골라 사용 하는 것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제가 원하는 재료를 찾아 사용하고, 제가 생각한 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여러 가지 색을 섞어 저만의 색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서로 어울리지 않는 색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고, 그렇게 탐색해나가는 시간이 재미있더라 고요. 저만의 개성을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그녀의 가방 한편에는 항상 드로잉노트와 화장품이 자리잡고 있다.

 화장품으로 인물화를 그리는 과정은 실제 메이크업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필로 그린 스케치 위에 파운데이션으로 베이스를 깔고, 섀딩과 하이라이터, 블러셔로 얼굴 윤곽을 잡는다. 그녀는 화장 도구를 미술 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넓은 면적은 손으로, 좁은 면적은 면봉으로, 세심한 묘사가 필요한 부분은 네일아트 브러시나 메이크업 브러시를 사용해 표현한다. 

“저는 펄이 들어간 화장품을 많이 사용 해요. 펄이 많이 들어갈수록 오묘한 느낌이 나거든요. 그림을 비추는 조명에 따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그림을 보는 사람은 색다른 느낌을 받아요. 그림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그녀가 작업한 트로이 시반. 펄을 많이 사용해 오묘한 느낌을 준다.

 처음에는 사촌 언니로부터 사용하지 않는 화장품을 받아 그림을 그렸지만, 이제는 기업이나 은퇴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에게 폐화장품을 보내온다. 아직 사용해보지도 못한 화장품이 그녀의 방한편에 수두룩한 이유다. 

 자신의 작품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으로 화장품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녀는 몇 차례의 전시회를 통해 이제 어엿한 작가로 인정받았다. 얼마 전부터는 화장품 드로잉 강좌를 열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예술 행위를 소개하고 있다. 

김미승 작가의 작업 공간. 거실 한편을 작업실로 사용 중이다.

“화장품을 활용해 그린 그림이 점점 예술의 한 분야로서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 요. 제가 개척한 분야를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주다 보면 처음 그림을 그렸을 때 감정도 떠오르고 무엇보다 책임감이 더강해져요.”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녀는 “누구나 호감을 가질 수있는 그림을 그려내고 싶어요. 그리고 그림에 제 감정을 풀어내고 싶어요”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지금은 화장품을 사용해 꽃이나 인물, 좋아하는 장면 등을 그리고 있지만, 앞으로 또 어떤 분야에 도전할지는 꾸준히 생각 중이에요.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위한 그림을 그려서 관련 봉사단체에 기부해 보고 싶어요. 아직까지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제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그리고 싶거든요.”

그녀의 작품은 그녀의 SNS를 통해 꾸준히 확인할 수 있다.

박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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