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우연을 좇아 필연으로, 밴드 ‘No Shelter’ 멤버 안창영 (한성대신문, 537호)

    • 입력 2018-10-01 00:00

 일반적으로 다수의 지지를 받는 쪽을 주류, 그렇지 않은 쪽을 비주류라 칭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자신이 비주류인 무언가를 지지하더라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혼자만 간직하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는 주류·비주류를 정상·비정상과 연결 짓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자신의 꿈을 좇아 외진 길을 당당하게 걷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대학 한국어문학부를 졸업하고, 밴드 ‘No Shelter’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안창영(28) 씨다.

▲밴드 'No Shelter' 멤버 안창영 씨
 안 씨가 속해있는 밴드는 하드코어 펑크장르의 음악을 하고 있다. 하드코어 펑크는 펑크 록의 하위 장르로서, 빠르고 무겁고 거친 사운드가 특징이다. 그가 이 장르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순간의 우연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뭔가 색다른 음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던 중 좋아하던 TV 프로그램에서 제 마음을 사로잡는 노래 한 곡을 듣게 됐어요. 노래 제목이 궁금해 며칠 동안 찾아 헤매던 중 그 노래가 펑크장르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이후 그는 비슷한 장르의 음악을 지속적으로 찾아 듣고 앨범도 모았다. 대학에 입학한 후 한국어문학부 밴드 소모임에 가입해 활동했고, 음악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펑크 장르 밴드를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공연도 꾸준히 보러 다녔다. 펑크 장르에 관심을 둔 순간부터 몇 년간 꾸준히 펑크 음악의 주변을 맴돌다 보니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평소 동경했던 하드코어 펑크 밴드 ‘No Shelter’로부터 합류 제의를 받은 것이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음악에 대한 가치관이 기존 멤버들과 비슷한 덕분에 안 씨는 작년부터 밴드 ‘No Shelter’의 기타리스트로 합류해 활동하고 있다.

▲‘No Shelter’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인 안창영 씨(우측)

 “저희 밴드는 거칠고 단순하지만 한데 뒤섞여 신나게 놀 수 있는, 밴드와 관객이 쌓여있는 화를 함께 풀어낼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음악 철학이요? 세상의 차별과 억압에 대한 분노, 저항 정도로 볼 수 있어요. , 분노하되 그 분노가 낮은 곳, 즉 약자를 향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밴드에 대해 설명하는 안 씨의 얼굴엔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음악이 그의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듯했다. 그에게 밴드란 어떤 의미인 걸까?

 “저는 원래 자존감이 높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음악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인정을 받게 됐고, 이 과정에서 자존감과 정체성을 되찾은 것 같아요. ‘를 규정할 만한 것이 딱히 없었는데 밴드 활동을 하며 제 안에 평평한 반석 하나를 쌓은 느낌이랄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안 씨를 보다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단순히 즐거워서, 하고 싶어서 시작한 밴드 활동이 그의 자존감을 높이는 기제로 작용한 것이다. 안 씨는 공연 도중 너무 즐거워서 이 순간이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No Shelter’의 첫 정규 앨범

 대중의 관심을 끌기 힘든 마이너 중 마이너장르인 하드코어 펑크 음악을 하는 게 힘들진 않냐는 물음에 그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밴드 활동을 하며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사실 힘들었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힘든 줄도 몰랐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이 음악이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라서 그런 걸까요(웃음).”
 
 현재에 만족하며 즐겁게 음악을 하고 있는 그에게도 한 가지 욕심이 있다. 바로, 또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것. 그리고 그 밴드는 안 씨가 직접 결성한 밴드였으면 하는 것이다. 두 밴드에서 번갈아 활동하며 격주로 공연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단 한 주도 공연을 쉬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말에서 음악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청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합니다. 물론 살다 보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매번 그러면 인생이 고달프잖아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해보고 안 맞으면 그만두면 되니까요. 인생 길지만 젊음은 짧잖아요? 단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 즐깁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나아가 꿈이 된 그것이 비주류인데도,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그것을 좇고 있는 안창영 씨. 오늘도 내일도 힘찬 발걸음을 이어나갈 그의 행보를 응원한다.

장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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