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한성문학상 - 시 부문 심사평> "기억의 집이 강제적으로 철거되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심정을 인상적으로 표현"

    • 입력 2018-12-10 03:59
문태준 시인.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등이 있음. 노작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유심작품상, 목월문학상 등 수상.
 한성문학상에 응모한 작품들을 읽었다. 개성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마지막까지 경합한 작품들은 이진호(경영 4) 학생의 <왕궁> 외 4편, 김보섭(경영 3) 학생의 <몽상하는 환상곡> 외 3편, 피상민(국문 3) 학생의 <멸치는 금방 마르고> 외 4편, 신경호(한국어문 3) 학생의 <낙원으로> 외 4편이었다.
 <왕궁>은 권좌가 무너진 아버지를, 가난한 아버지를 익살맞게 그린 작품으로 처연함이 느껴졌다. <몽 상하는 환상곡>은 낙조의 공간을 상실의 공간으로 인식해 표현했다. 그리고 그 공간이 위대한 항로(航 路)와 고상한 산로(山路)로 이어져있다고 보았다. 마음을 공간화한 점이 특별했다. <멸치는 금방 마르고> 외 4편의 작품 가운데, 시 <누끼>에서 “벌써 하늘이 잘못 인쇄된 용지처럼 거뭇거뭇해서”라고 쓴 시행을 주목했다. 이처럼 대상에 대한 좋은 유비(類比)는 시를 빛나게 한다. 고심 끝에 <낙원으로> 외 4편의 작품들 가운데 <그림자>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 시는 기억의 집이 강제적으로 철거되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심정을 인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흔적조차 없게 된 집의 모습에는 한 개인의 무너진 내면이 투영되어 있다. 이 학생이 함께 응모한 <낙원으로>도 유니크한 작품이었음을 밝혀둔다. 수상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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