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꾸깃꾸깃 폐지를 예술 작품으로 Turn Up! 러블리페이퍼 기우진 대표 (한성대신문, 542호)

    • 입력 2019-03-04 00:00

최근 폐지를 주워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이 부쩍 눈에 많이 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폐지 줍는 노인은 약 147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는 전체 노인 인구의 3분의 1이다. 이들은 하루 종일 폐지를 10㎏가량 수집하지만, 이를 고물상에 팔면 1,000원도 채 벌지 못한다. 그들의 노동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하지만 러블리페이퍼는 ‘업사이클링(버려진 물건을 새로운 고부가가치 예술품으로 만드는 작업)’을 통해 1㎏당 1,000 원 가격에 폐지를 사들여 노인들을 돕는다. 이들은 사들인 폐지로 캔버스를 만들고, 이를 재능기부 형식으로 협업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보낸다. 작가들이 작품을 완성하면 이를 러블리페이퍼가 한 점당 30,000원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러블리페이퍼 기우진(38) 대표는 ‘이웃 사랑’이라는 좌우명을 실천하기 위해 현재 러블리페이퍼의 모태인 봉사단체 ‘굿페이퍼’를 2013년 창설했다.

“저는 항상 주변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을 보고 그분들을 돕기로 다짐했고, 이를 실천에 옮겨 만든 것이 바로 굿페이퍼입니다.”

당시 굿페이퍼는 노인들이 주워온 폐지를 사들여 재활용업체에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했고, 수익의 일부로 먹거리나 보온용품을 구입해 가난한 노인들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제지업체들의 담합으로 폐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기 대표는 당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의 업사이클링 모델을 채택해 2016년 러블리페이퍼의 문을 열었다.

러블리페이퍼를 운영하면서 기 대표는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재활용업체로부터 폐지를 운반할 차량을 지원받기도 했고, 많은 작가들이 재능기부에 동참했다.

“많은 자금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창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아요. 사회에서 개개인이 갖고 있는 잉여 자원을 연결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만 있어도 사업체를 꾸릴 수 있거든요. 제가 사업을 시작할 때도 자금과 인력이 부족했지만, 저희의 아이디어에 공감한 재활용업체와 작가들이 자신의 자원과 재능을 저희와 공유한 덕분에 오늘의 러블리페이퍼가 될 수 있었어요.”

그러나 러블리페이퍼 운영도 항상 순탄치만은 않았다. 대외활동 커뮤니티 등에 직원 모집 공고를 올렸지만 지원자가 적었고, 어렵사리 직원을 채용해도 이들이 중간에 퇴사하기 일쑤였다. 기 대표가 폐지 줍는 노인을 직접 고용하기도 했지만, 얼마 안 가 그도 떠나고 말았다. 기 대표 자신의 건강이 악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아요. 제가 지금까지 대안학교 ‘푸른꿈비젼스쿨’의 교사직과 러블리페이퍼 대표직을 겸임해왔거든요. 하지만 제 내면에 자리한 확고한 신념 덕분에 어려워도 꿋꿋이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이밖에도 기 대표는 여러 재활용단체들과 연대하고 있으며, 박진제(폐공장) 대표와는 ‘폐지넷(폐지 수집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한 네트워크)’을 결성해 활동 중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폐지 줍는 노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그의 행보가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러블리페이퍼’ 직원들이 폐지로 캔버스를 만드는 모습. 한때 기 대표는 폐지 줍는 노인을 고용해 캔버스 제작 과정에 투입하기도 했다. 사진 제공: 러블리페이퍼

윤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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