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 한성대IN 개발자 김희성 (한성대신문, 542호)

    • 입력 2019-03-04 00:00

지난 1월,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자유게시판’에 ‘안녕하세요! 한성대IN 개발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우리학교 정보시스템학과 출신인 김희성(31) 씨는 삼성SDS 애플리케이션 개발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해당 게시글에서 그가 언급한 자신의 스펙은 4수생, 평범한 학점, 2년간의 취업 공백 등이었다. 요즘 같은 ‘스펙전성시대’에 대기업에 입사한스펙이라기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의 이력은 학생들 사이에서 금세 이슈가 됐다. 과연 그는 어떻게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것일까?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직접 그를 만났다.

방황 또 방황했던 시절

“우리학교 정보시스템공학과에 입학하기 전에 학교와 전공을 몇 차례 바꿨어요. 처음에는 고등학생 때부터 흥미가 있던 방송영상학과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재미만 있고 결정적으로 잘하진 못했어요. 고민 끝에 자퇴하고 재수를 해서 타 학교 생명과학과에 입학했어요. 학창시절 생명과학과목의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입학 전에 가졌던 기대와 달리 학문에 애착을 갖기 어려웠어요. 그러다 문득 ‘컴퓨터를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대학 정보시스템공학과(현 IT응용시스템학과)에 입학한 거예요.”

하지만 김 씨는 우리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계속해서 방황했다. 3학년 때까지 전공 공부에 거의 손대지 않았고, 전부터 흥미를 갖고 있었던 영상 편집 활동에만 매진했다. 그는 N.O.D(우리학교 댄스동아리)와 U.D.C(전국대학교 댄스동아리 연합)에서 영상 편집을 도맡았다.

김 씨는 “워낙 놀러 다니는 걸 좋아해서 수업을 빼먹거나 강의 도중 도망간 적도 종종 있어요”라고 솔직히 털어놓으며 “그래도 과제는 꼭 제출했어요”라고 덧붙였다.

천천히, 오래 당긴 활시위

오랜 시간 방황했던 그에게도 전환점은 찾아왔다. 4학년 때 졸업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성대IN’ 앱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졸업프로젝트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어요. 앱 개발은 배워본 적도 없었고요. 그런데 지도 교수님께서 “웹과 연동되는 앱을 개발해보라”고 말씀하셨어요. 고민하던 찰나에 학과 동기들이 학점을 계산하던 모습이 떠올랐고, ‘자동으로 학점이 계산되면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김 씨는 팀원 두 명을 모집해 셋이서 ‘한성대IN’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웹과 앱에 대한 아무런 기초지식 없이 프로그램 개발에 뛰어든 터라 시행착오도 겪었다.

“인내심을 갖고 조금씩 웹과 앱 지식을 쌓았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 자신감을 연료 삼아 ‘한성대IN’의 전신을 개발했어요. JAVA로 작성된 데스크톱 전용 프로그램이었죠.”

김 씨는 이 프로그램을 같은 학과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그러자 ‘모바일 앱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고, 3개월 후 모바일 앱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초기 ‘한성대IN’에는 전공 평점과 학점 계산기능만 탑재돼 있었고, 디자인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앱을 사용하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고 개선을 거

듭한 끝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그 결과 ‘한성대IN’의 다운로드 수는 10,000건이 넘었다.

김 씨는 2015년 8월 졸업 후 2년간 ‘한성대IN’ 개발 및 업데이트에 더욱 몰두했다. 특히, 학생들에게 꾸준히 지적 받아온 ‘한성대IN’의 레이아웃과 디자인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디자이너 모집 공고를 게재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앱 개발을 돕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학과 후배를 개발팀에 영입했다. 2명의 개발자에 새로 모집한 3명의 디자이너까지 총 5명이 모여 ‘한성대IN’을 유지·보수할 ‘TEAM 5D’를 결성했다. ‘한성대IN’은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아 환골탈태했다. 이때 꾸려진 TEAM 5D는 지금도 활동하고 있으며, 정보화팀과 앱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제가 삼성SDS에 입사하게 된 것도 ‘한성대IN’의 영향이 컸다고 봐요. 제가 소프트웨어 개발 직종에 몸 담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한성대IN’을 개발한 경험은 제 대학 시절을 통틀어 가장 큰 자산이에요.”

마이웨이 그리고 제2의 방황

김 씨는 현재 재직 중인 삼성SDS 외에도 다수의 대기업에 합격했다. 그에게 취업 성공 비결을 묻자, 그는 “특정 기업에 자신을 맞추려고 하지 않았어요.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선 해당 기업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여기에 본인을 억지스럽게 끼워 넣다 보면 부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한성대IN’을 개발한 경험 등 제가 가진 강점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어요”라고 답했다.

현재 김 씨의 목표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로서 직장에서 인정받는 것이다.

“지금도 제게 맞는 전공을 찾아 헤매던 20대 초반처럼 제 전문 분야를 선택하지 못한 상태예요. AI, 알고리즘, 빅데이터 등 소프트웨어에서도 분야가 세부적으로 나뉘거든요. 그래도 계속 경험을 쌓다보면 언젠가 제게 맞는 분야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장기적인 목표는 제가 선택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거예요. 중요한 프로젝트에 투입됐을 때, 사람들이 ‘김희성’을 머릿속에 바로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요.”

심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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