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환상 너머의 진심을 전하는 사람, 아트토이 아티스트 오태정 (한성대신문, 543호)

    • 입력 2019-03-25 00:00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rakTANG(랔탱)’ 오태정(26) 작가는 미술로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중에서도 인형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그녀는 ‘아트토이(Art-toy) 아티스트’다.

▲‘rakTANG(랔탱)’ 오태정 작가

아트토이 아티스트란 캐릭터로 인형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려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녀는 2015년에 ‘rakTANG’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해 아트토이 아티스트로 활동 한 지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5년이라는 기간 동안 대만, 중국, 홍콩, 일본 등 수많은 해외 전시와 페어에 참여했을 정도로 그녀의 이력은 화려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녀의 길이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부모님이 그녀가 미술을 공부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술에 대한 그녀의 열망만큼은 늘 한결같았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을 만들고 수집하는 것을 좋아해, 중학생 때 인형을 만드는 동아리를 결성했다. 고등학생 때도 인형 만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부모님의 마음을 돌려 고등학교 3학년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미술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순수했던 열정이 결국 그녀가 바랐던 미래를 가져온 셈이다.

그녀의 작품은 사회적 약자, 즉 ‘어른 아이’를 주제로 한다. 어른 아이란 ‘어떠한 문제가 생겨서 또는 어떠한 상황에 처해서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정신은 아직 아이인 상태로 멈춰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타인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자신보다 약자라고 생각하면 하대해요. 인간이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사랑하지 않고, 불편을 가진 사람을 혐오하는 게 슬펐어요.” 따라서 그녀는 작품을 통해 편견 없이 인간을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이 스토리 덕분에 제 캐릭터를 더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해요. 제 작업 슬로건 중 하나가 ‘환각, 환상을 넘어서’예요. 사람들이 캐릭터를 사랑스럽고 예쁘다고 말하면서 정작 인간은 사랑하지 않고 혐오하는 것이 슬퍼요. 제 작품은 어차피 환상이에요. 현실이 아니에요. 캐릭터를 쉽게 받아들이듯이 그 환상을 넘어서 인간 자체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또한 그녀는 캐릭터의 이름을 짓지 않는다. 캐릭터의 이름을 정하는 순간, 캐릭터는 세상에 메시지를 전하지 못하고 그들만의 이야기로 국한되기 때문이다.

또 캐릭터의 성별도 정하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을 이분화해 성향을 부여하는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사랑하는 것처럼 ‘인간 자체’를 사랑스럽게 봐주기를 바랐던 맥락과 같이, 캐릭터가 그 너머를 볼 수 있게 해주는 무언가가 되길 바랐다.

그녀는 국내를 넘어 수많은 해외 팬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팬’은 늘 특별했다. 힘들었던 순간마다 팬의 존재가 활동의 원천이 됐기 때문이다.

“저를 보러 늘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자필로 편지를 써오기도 하고 제 작품을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선물해주기도 하고요. 물론 새로운 팬분들께도 감사하지만 늘 봤던 그 얼굴, 꾸준함에 더 큰 감동 을 받아요.”

팬 이야기를 하는 내내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팬과 얽힌 인상 깊은 일화도 소개했다. 처음 데뷔했을 때, 전시 마지막 날 작품을 사간 팬이 1년이 지난 뒤 A/S 를 위해 그녀를 다시 찾아온 것이다. 작품을 소중히 여기는 팬의 마음은 그녀에겐 그 무엇과도 바꾸지 못할 값진 선물이었다.

이런 그녀에게도 난관은 있었다. 아무리 열정이 많은 그녀도 학업과 작업을 병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욕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찾아온다는 무기력증을 그녀도 피해가진 못했다. 경제적 현실의 벽도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극복 비결은 따로 없었다. 그저 시간과 부딪치는 게 답이었다.

“‘내가 이 기회를 잡지 못하면 앞으로 기회가 영영 없는 건 아닌가’라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컸어요. 포기하고 싶었어요. 그럼에도 저는 ‘해야 하는 사람’이더라고요.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어요. 나중에 보니 그냥 울면서라도 어떻게든 하고 있더라고요 (웃음).”

하고 싶은 게 많은 그녀지만 특별한 계획은 없다. 그냥 지금까지 그래왔듯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또, 올해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는 것이 그녀의 소소한 바람이다.

“뭔가를 하고 싶어도 못하고 참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저는 ‘내일이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예술을 하고자 하는 청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자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인데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면 그때 바로 했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어느 쪽을 선택해도 후회해요. 내가 선택한 길이 가장 후회가 적은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믿어야 해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할 수 있는 만큼은 꼭 했으면 좋겠어요.”


▲오 작가는 그녀의 집에서 방 하나를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레진과 우레탄을 사용할 때는 방독면과 장갑을 끼고 작업한다.

▲그녀의 손에서 탄생한 인형들. 그녀는 각 캐릭터를 그들의 이름 대신 버전으로 구분한다.
▲그녀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 ‘movement for real me’. 영화 <블랙스완>에서 소녀가 백조에서 흑조로 변하듯이, 그녀는 캐릭터에 이를 드러내는 시도를 함으로써 이전 작품들과 달리 앞으로 작품의 성향이 변화할 것임을 은유했다.

장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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