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년 전부터 대학가 수강신청 기간에는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000과목 양도해 주세요. 사례합니다.”
“000과목 가지고 있어요. 000과목과 교환 원합니다.”
개강을 앞두고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대학가에는 웃지 못 할 엉뚱한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 은밀하게 강의가 매매되거나 교환되고 있는 것이다. 매매·교환에 인기 있는 과목대상은 대체로 졸업에 필요한 필수 교양이나 전공과목, 학점 받기 좋은 어렵지 않은 과목들이다. 인기과목에 따라 강의 매매 가격은 5만원에서 3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품귀현상일 때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이 현실이 되었다. 사례는 돈 뿐만 아니라 모바일 상품권, 휘트니스 회원권까지 00과목에 두 과목을 끼워 교환한다는 끼워 팔기 등 갖가지 방법도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더 큰 우려는 이를 악용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단순 용돈벌이 수단으로 실 수강생이 아니면서 수강신청을 하고 이를 매매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일까지 벌어지는 건 강의의 수요 · 공급이 적절치 않고 선착순으로 이뤄지는 강의신청 때문이다.
교육부의 대학구조평가라는 정책에 떠밀린 대부분의 대학들은 평가 주요 지표인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을 높이는 항목에 대처하기 위하여 자구책으로 개설 강좌 축소라는 방안을 내놓았다. 재정기반이 약한 대학들이 이 항목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임교수 증원, 강의실 등 제반시설의 확보라는 거대한 짐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강의 매매·교환!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수강신청 경쟁에 실패한 학생들로서는 필수 교양이나 필수 전공과목을 수강 못하면 졸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 학기 더 등록금을 내는 것보다 강의를 사는 것이 차라리 더 낫다는 판단이다. 또 다른 이유는 취업난이다. 학점을 잘 받아놓아야 경쟁적인 취업에 조금은 안심할 수 있다는 학생들의 조바심은 쉬운 과목, 과제 없는 수업, 학점 따기 좋은 강좌로 몰리게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수의 성향과 강의평가, 강의 내용 등의 정보 공유를 위해 학생들만의 사이트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강의매매 · 교환을 막기 위해 여러 대학 측은 관련 학칙을 정비하고 적발되면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하지만 실제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아직 없는 듯하다. 대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일부 대학 수강신청 제도인 입찰제를 도입하거나 마일리제, 장바구니제를 활용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나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학생들의 양심! 지성인으로서의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참! 씁쓸하다... 누구의 잘못이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우리 사회 모두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 같다.
안현주 교수
페션디자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