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힘겹게 막아낸 위기, 그 다음은? (한성대신문, 515호)

    • 입력 2016-08-30 19:22

개학과 동시에 우리학교 컨설팅 결과가 공개되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우리학교는 재정지원제한에서 온전히 벗어났다. 이제 신입생들은 국가장학금 혜택을 다시 받을 수 있고, 재학생들의 일반학자금 대출 제한도 없어졌다. 상상관 건립, 학사구조개편 등 그간 있었던 학교의 노력이 만들어낸 긍정적인 결과다.
하지만 여기 안주해서는 안 된다. 사실 이번 결과는 학교가 발전한 결과가 아니라 학교의 위기를 힘겹게 막아낸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위기를 막아내기 위해 학교는 매우 많은 것들을 소모했고, 학내 갈등 역시 크게 증폭된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 평가결과 공개 후에도 우리학교의 평가등급 ‘D+’는 계속 유지된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생각해야할 것은 이런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미래를 준비하는 한편, 이번 컨설팅으로 인해 학교 내에 발생한 갈등을 봉합할 수 있도록 과거를 곱씹어보는 것이다.
이번 컨설팅 준비에서 학교는 학내구성원 전체의 의견을 수렴해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타 대학과의 경쟁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해왔다. 지난학기에 있었던, 현대무용전공 폐지문제, 사회과학대의 무기한 시위 그리고 학생 간담회에서 있었던 양측의 공격적인 질의응답은 모두 결과주의적인 학교의 방침에 따라 발생한 갈등상황들이었다.
학교는 이렇게 행동한 이유를, ‘타 대학에 우리학교의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한다. 물론, 이런 주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재평가 대상이 된 학교는 66개교나 되었지만,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25개교만을 제정지원제한에서 해제했다. 이중에서도 4년제 대학은 10개교뿐이었다. 이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 학교의 선택은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는 자신들을 믿어달라는 손짓조차 학생들에게 보내지 않았다. 만약 학교가 학사구조개편과 같은 중대한 사항들을 기획할 때,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정보를 줬다면, 이렇게까지 갈등이 심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개편안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어국문전공 학생회 등에서는 학내 중대 사안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확대운영위원회에 학생 대표 참여를 증가시키는 내용의 학칙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물론 학내에 큰 반향을 얻지는 못했지만, 학교는 이러한 의견들을 단순히 지나가버린 이슈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학내구성원들이 학내 중대 사안들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모두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서 더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특히 위처럼 학내구성원들이 직접 제시한 의견들은 충분히 이런 고민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다행히도 이번 태풍은 아슬아슬하게 우리학교를 빗나갔다. 하지만, 정부가 사립대학들의 숨통을 쥐고 흔드는 상황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언제 또 태풍이 몰아칠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우리학교를 구성원들이 협력하는 내실 있는 학교로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와 우리 모두의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박종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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