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가슴 뛰는’ 일을 찾던 청년, 한국을 알리다, 5SECONDS 대표 남석현 (한성대신문, 546호)

    • 입력 2019-06-03 00:00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어느 대학생의 버킷리스트에 소망 한줄이 새겨졌다. 바로 ‘방학마다 해외여행가기’였다. 약간은 무모하면서도 당돌한 이 소망은 그의 목표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그 목표를 이뤄냈다. 단순히 여행을 즐기는 것을 넘어 전세계에 한국을 알리면서 말이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 70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예비 사회적 기업 ‘5SECONDS’의 남석현 대표가 바로 ‘그’다.

“방학마다 해외여행을 다녔던 것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의 계획에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었는데, 바로 ‘자금 마련’이다. 하지만 평소 전공 공부하랴, 아르바이트하랴 몸이 두 개라도 부족했던 남 씨. 그는 문득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기에 이른다.

“교내 활동을 활용해서 여행 자금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시 노트북에 학교 홈페이지를 항상 띄워놓고 공지에 올라오는 대회나 프로그램에 닥치는대로 참여했어요. 이렇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장학금을 받게 되더라고요. 오죽하면 장학금 명단마다 제 이름이 빠지지 않으니깐 학교에서 전산 오류가 아니냐며 의심한 적도 있었어요(웃음).”

그렇게 처음으로 간 여행지는 프랑스 파리. 남 씨는 낯선 땅에 첫발을 내딛었던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곳에서 정말 많은 외국인들이 제게 ‘니하오’, ‘곤니찌와’라고 인사를 건넸어요. 그게 나쁜 행동은 아니지만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경우가 없다보니 내심 속상했죠. 한국이 좀 더 유명했다면 그들에게 ‘안녕’이라는 인사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국을 알리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열정이 가슴 속에서 피어오르더라고요.”

그는 곧장 마트로 달려가 티셔츠와 매직 등을 구매했다. 그리고 한국을 알릴 수 있도록 티셔츠를 꾸며 여행 기간 동안 입고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는 이에 더해 독도와 동해를 국제적으로 알려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기에 이른다. 남 씨는 외국인들에게 독도와 동해를 설명하기 위해 밤새 한영사전을 들춰보며 이를 A4 용지 3장 분량으로 정리해 들고 다니기도 했다. 이것이 그가 대학교 3학년 때 있었던 일이다.

“사실 두렵기도 했어요. 일본인 여행객이나 동양인을 싫어하는 사람들과 다툼이 생길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이것을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거예요. 제 스스로 ‘그래, 문제가 생기더라도 큰 문제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며 12개국을 돌아다녔어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남 씨에게는 고민거리가 생겼다. 바로 ‘취업을 할 것인가’와 ‘나만의 길을 개척할 것인가’였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갈등했다.

“저는 제가 제 전공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먼저 나서서 사람들을 이끄는 걸 좋아하고 일을 벌려놓고 그것을 수습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연구실에 앉아있는 제 자신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벌리기’를 하자고 다짐했어요. 이렇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어요.”

이후 남 씨는 ‘세이울’이라는 비영리 민간단체를 조직해 한국을 해외에 알렸고,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외교 활동도 했다. 하지만 그는 활동을 거듭하면서 비영리 민간단체의 한계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수익을 창출해야 단체의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데, 이를 정부보조금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저는 수익창출이 힘든 외교 분야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더 애매한 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한국관광공사 공모 사업에 지원했고, 사업에 선정되면서 창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어요.”

그렇게 설립한 5SECONDS는 현재 4개의 자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코리안브로스’는 관광과 문화, ‘글로벌 코리안브로스’는 사회적 기업과 중소기업의 해외 활로 개척, ‘팀브라더스’는 소상공인과 골목시장, ‘야신야덕’은 청소년 야구 생태계를 다루고 있다. 이 채널들은 모두 남 대표의 철학을 공유한다.

“저의 비전은 미디어로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거예요. 여기서 말하는 선한 영향력이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다 함께 고민하자는 의미예요. 다른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선한 영향력을 받는다면 그것으로 제 목표는 200% 이룬 거나 다름없어요.”

5SECONDS는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유튜브 교육 컨설팅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교육 사업을 운영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저희는 홍보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기업들을 지원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에요. 저 역시 사회적 기업의 홍보 측면에서 한계와 실패를 경험해 봤기 때문에 같은 처지에 놓인 기업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커요. 사회적 기업이나 단체들이 자신들만의 색깔을 가진 유튜브 채널을 가질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5SECONDS의 또 다른 역할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남 대표는 가까운 시일 내에 오프라인 카페를 하나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머무를 수 있는 하나의 문화 공간을 조성하고 싶어요. 그 공간이 사무실로 쓰일지, 촬영 스튜디오로 쓰일지는 아무도 몰라요.”

오늘도 남 대표의 버킷리스트엔 새로운 소망이 새겨졌다 지워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 예비 사회적 기업 : 사회적 목적 실현,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창출 등 사회적 기업 인증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기업으로서, 중앙부처장이 지정하여 장차 요건을 보완하는 등 사회적 기업 인증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

▲‘코리안브로스’의 스튜디오. 줄리아(좌)와 가이(우)가 촬영에 임하고 있다.

심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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