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이세돌 9단(인간)과 알파고(인공지능) 간에 성사된 바둑 대결은 전 세계의 관심사였다. 이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은 1대 4로 알파고에게 ‘완패’했고, 이는 아직 인공지능이 사람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종전의 인식을 한번에 불식시켰다. 또한 현재에 이르러 인공지능은 사람을 대신해 생산활동을 할 뿐만 아니라, 창작활동까지 펼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대체 인공지능은 어떻게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게 됐을까?
사람과 닮은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는 여러 기술이 필요하다. 그중 ‘감성 분석’은 필수로 여겨지는 기술 중 하나다. 감성 분석이란 글에 내재된 사람의 주관적 태도나 감성을 추출해 내는 분석 기법을 말한다. 이때 인공지능은 단순히 긍정·부정 판별을 넘어 작성자의 감정과 감성, 태도와 같은 개체의 속성까지 분석한다. 즉, 인공지능이 사람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감성 분석은 인터넷과 SNS 등이 활성화 되면서, 대중이 정보를 소비하는 것을 넘 어 생산하는 주체로 변화함에 따라 나타났다. 각종 웹사이트의 게시글, 댓글의 형태로 표출된 개인의 평가나 태도 등이 대중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영섭(순천향대학교 빅데이터공학과) 교수는 “감성 분석은 사람의 삶과 관련된 대부분의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며 “예를 들어 개인이 작성한 영화리뷰를 분석해 그가 관심 가질만한 다른 영화를 추천하는 것도 감성 분석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제품을 ‘추천’하는 모든 행위에 활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감성 분석을 위해서는 총 3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웹사이트 매체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데이터 수집’, 수집된 정보에서 작성자의 주관이 드러난 부분만을 걸러내는 ‘주관성 탐지’, 마지막으로 주관성의 극성(Polarity)을 미리 정의된 극성(긍정·중립·부정 등)또는 정도(매우 긍정적·중립적·매우 부정적 등)에 따라 분류하는 과정이다.
데이터 수집 방법은 크게 ‘기계학습 기반’ 접근법과 ‘감성사전 기반’ 접근법으로 나뉜다. 기계학습 기반은 단어(문자 데이터)가 갖고 있는 패턴을 학습해 감성을 분류하는 예측 모형을 구축한 후, 이를 다른 유사한 단어에 적용하는 방법이다.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문장에서 긍정 혹은 부정으로 분류된 라벨(Label)이 붙어있는 데이터가 다수 확보돼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감성사전 기반 접근법을 적용해야 한다. 감성사전 기반은 수집된 문자 데이터를 미리 구축한 ‘감성사전’과 매칭해, 어느 쪽 극성의 감성어가 많이 나오는지를 정량화하는 방법이다. 감성사전은 각 감성어와 해당 감성어의 극성 범주, 감성 점수로 이뤄져 있다. 이때 극성 범주란 긍정어나 부정어 등 동일한 성격을 가진 단어 분류이며, 감성 점수는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정도를 수치화해 나타낸 것을 말한다.
성공적인 감성분석을 위해서는 분석 대상별 특성을 살린 사전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SNS글을 분석할 경우에는 이모티콘 등장 여부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사전을 구축해야 한다. 또 검색에 노출되기 어려운 야민정음(한글 자모를 모양이 비슷한 것으로 바꿔 단어를 다르게 표기하는 인터넷 용어), 줄임말 등은 별도의 기계학습을 통해 표현을 구분해야 한다. 이에 정 교수는 “사람의 감성은 복합적이고 주변 문맥에 의해 의미가 뒤바뀔 만큼 그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 주목받는 딥러닝 기술처럼 인류가 쌓아온 데이터를 적용함으로써 복잡한 감성 패턴을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인지해내도록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정수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