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마약 중 하나로 알려진 코카인은 그 역사가 깊다. 과거 자연신의 제물로 바쳐진 코카인의 주원료, 코카 잎은 당시 안데스 지방 사람들에게 ‘신이 주신 선물’이었다. 실제로 고고학자들은 6세기경의 남아메리카 지역의 모체 문명, 잉카 문명 등에 코카 잎을 씹고 있는 조각상을 찾아냈다. 하지만 현재, 코카 잎과 코카인은 온갖 마약 범죄를 일으키는 ‘악’으로 존재한다. ‘신의 선물’이 어떻게 ‘악’으로 변하게 되었을까?
고대 안데스 지방 사람들은 코카 잎을 일상적으로 씹었다. 코카인의 주요 성분인 코카인 알칼로이드는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하지만 이것은 코카 잎에는 소량 함유되어있기 때문에 코카 잎을 씹는 행위는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는 고산지대에서 활동하는 안데스 인들의 허기, 갈증, 피로 등을 해소하는 자양강장제였다. 이에 대해 하버드 의과대학의 정신의학 박사 레스터 그린스푼 교수는 ‘현대 우리가 커피를 마시듯 그들은 코카 잎을 씹었다’고 말한다.
이후 1859년 앨버트 니에만이 코카 잎에서 코카인 알칼로이드를 추출하는데 성공하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코카인의 역사가 시작된다. 코카인은 사람의 중추신경계를 흥분시키는 물질이다. 이는 체내의 세라토닌과 도파민을 더욱 많이 분비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흡인 시 우울증을 없애고 기분을 좋게 만든다. 니에만은 이것을 약물로 쓰려고 했지만, 코카인이 인체 미치는 효과는 결국 중독문제를 야기 시켰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코카인뿐만 아니라 아편, 헤로인 등 마약에 대한 중독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국가 간 마약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규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약의 중독성은 사람들의 끊임없는 수요를 만들어냈다. 게다가 투자 대비 수익이 상상을 초월하는 마약 거래는 불법 마약 조직들의 등장을 유발했다.
남아메리카에는 코카인을 주로 취급하는 ‘마약 카르텔’이 등장했다. 코카 잎 최대 생산국이었던 콜롬비아, 볼리비아, 페루 등이 남아메리카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0년대, 미국에서 코카인 사용이 급증하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는데, 당시 미국으로 유통되는 코카인의 80%를 콜롬비아에서 활동하는 ‘메데진 카르텔’이 담당했다.
현재까지도 미국은 코카인의 수요가 가장 많은 나라다. 따라서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멕시코 카르텔’은 코카인을 미국으로 유통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코카인 때문에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대에서 벌어지는 폭력 사태는 현재까지 멕시코 인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앨버트 니에만이 처음 코카 잎에서 코카인을 정제했을 때, 그는 코카 잎이 가지는 의약적 기능에 주목했다. 하지만 코카인이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안 마약 조직들은 이것을 악용했다. 그리고 코카 잎은 결국 ‘악’으로 규정됐다. 이제 우리는 코카인을 두고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어떤 물질을 발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 사실을 망각한다면, 제2의 코카인, 제3의 코카인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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