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陶藝家). 진흙으로 아름다운 도자기를 빚어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김쥬쥬’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김민주(29) 도예가 역시 그 중 하나다. 그는 여느 예술인처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아티스트지만, 그의 ‘아름다움’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독특하다 못해 독보적이기까지 하다. 인형 도예를 통해 아름다움을 재탄생시키는 김 작가의 예술 속으로 산책을 나서보자.
김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다. 또 화려하고 예쁜 연예인의 모습을 동경해 그들의 모습을 따라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는 그들의 외형을 닮고자 직접 옷을 재단하는 등 아름다움에 가까워지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했다. 그러던 중 그는 남성의 외모보다 여성의 외모를 더 강요하는 사회 현실에 의문이 들었다.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에 허무함을 느꼈어요. 물론 남성들에게 강요되는 외적 기준도 존재하겠지만, 이와는 별개로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외적 기준이 너무 가혹한 것처럼 느껴졌죠. 그러다 제가 느끼는 안타까움을 인형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는 아름다움에 절대적인 기준이 없는 것처럼, 평범한 체형과 외모도 ‘하나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인형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이에 그는 보편화된 체형과 외모가 정해져있는 ‘바비인형’이야말로 다양한 아름다움의 형태를 가장 극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 존재라고 느꼈다. 그때부터 그는 바비인형을 작품의 모티브로 삼았다.
“사실 바비인형은 사람에게서 쉽게 볼 수 없는 이상적인 몸매를 가졌잖아요.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9등신의 바비인 형을 동경하고요. 그런데 저는 고정된 아름다움의 기준을 허물고 싶었어요. 날씬하고 완벽한 비율만이 아름다움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특이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본인의 얼굴을 입혔다. 작업 초반 실제 바비인형의 얼굴을 그대로 옮겨 작업했으나, 획일화된 표정이 지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인형에는 그의 얼굴이 입혀졌다. 작품에 대한 그의 애정은 작품 제작 과정에서 엿볼 수 있다. 그가 제작 과정 중 인형의 살과 표정 등을 표현하는데 큰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형을 만들 때 작품을 흙으로 빚어 구워낸 뒤, 직접 인형의 표면을 마감 처리하여 실제 사람처럼 보이도록 시간을 쏟아 붓는다. 그래서일까. 그의 인형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이 아니냐는 착각이 일게끔 한다.
“흙은 성질이 변형되기 쉬운 재료인 만큼 많은 정성이 들어가요. 저 역시 아직까지도 흙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 작품은 플라스틱이나 레진으로 만들어진 인형보다 깊이감이 느껴지고 시간이 흘러도 변색이 없답니다.”
한편,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그에게도 한때 고민이 있었다. 바로 생계유지였다. 여타 작가들의 경우 생계유지를 위해 작품 활동 외에도 다른 생업을 병행하는 것이 흔하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두 가지 일을 겸업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말 그대로 자신의 작품 활동과 병행하며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
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택한 방법은 상품 판매였다.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예술계에선 작가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지만요.”
이에 그는 예술적인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오일램프를 시작으로, 와인잔을 비롯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업이 커지면서 사업장인 ‘김쥬쥬 스튜디오’도 오픈해 어엿한 대표로 자리 잡았다. 그 덕에 그는 작품 활동을 수월히 이어가고 있다. 또한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상품 판매를 통해 전시회를 진행할 때와는 다른 즐거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최근 ‘새로운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바로 근육질 몸매를 가진 여성이다.
“조만간 근육질 몸매의 여성 인형을 제작할 계획이에요. 운동으로 인해 근육이 생긴 남성의 몸은 남자답다’, ‘멋 있다’고 표현하지만 근육이 있는 여성의 몸은 ‘징그럽다’는 표현을 더 많이 쓰잖아요. 제 작품이 여성의 근육은 ‘징그럽다’는 편견을 깼으면 좋겠어요. 많은 이들에게 여성의 근육도 아름답다는 걸 깨닫게 해주고 싶어요.”
본인의 작품을 통해 사회적 편견을 깨고자하는 그의 의지는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어떤 작가가 되고 싶냐고 물었을 때, 돌아오는 답변 역시 이와 비슷했다.
“틀에 박히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지금은 여성만 표현하고 있지만 성별에 관계없이 다양한 모습을 표현 할 예정이에요.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나’다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길 바라요.”
박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