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한성문학상 - 소설 부문 심사평> "모티프의 발굴과 서사적 상황의 설정에서 주목"

    • 입력 2019-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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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2-01 20:27



열 편의 소설을 여럿의 자리에서 읽어 보았습니다. 독자, 비평가, 연구자의 자리를 거쳐 글쓴이의 자리까지 옮겨 다녔습니다. 자리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작품들이 달라졌습니다.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먼저 들었습니다. 자신이 그려내고 싶은 세계로 독자들을 이끄는 서사성이 미흡하고 혼이 담긴 문장들을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메시지가 좀 더 건강하고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몇 차례 눈높이의 조정을 통해 <소녀 365>, <어디에 괴물이 있는가>, <나의 개츠비>를 후보작으로 가려냈습니다.

<소녀 365>는 이야깃거리 선택이나 그것을 이끌어나가는 서사적 안목에서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반전의 기법을 의도한 것으로 보이는 플롯의 전략이 잘 구현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습니다. <어디에 괴물이 있는가>는 사회적 차원의 문제의식을 담은 메시지의 설정과 구현 기법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한 인물의 형상화라는 측면에서 다른 작품들에 앞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장점들은 괴물의 출현 소문과 남편의 실종이라는 사건의 연결고리가 긴밀하지 못하다는 단점에 밀려나 있었습니다. <나의 개츠비>는 독자들이 정밀한 독서를 통해 추론해 읽어야 할 요소들까지 고스란히 서술함으로써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모티프의 발굴과 서사적 상황의 설정에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갈등 구조를 조직하는 능력도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서사를 전개시키는 문장의 힘을 미덕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사구조의 전면에 노출되어 있는 K의 죽음을 다루는 방식이 심도 있는 문제의식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당선작을 낼 것인지를 길게 고심한 끝에 <나의 개츠비>를 가작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멍멍>, <동짓날>, <경곡> 등도 좀 더 치열한 자세로 다듬어 간다면 좋은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는 여지를 지니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봄은 하늘로 가네>의 글쓴이는 이 작품을 동화 장르로 전환해서 재창작해 볼 것을 권유해 봅니다.

낙산 기슭에서 소설가의 꿈을 꾸고 있을 응모자 모두에게 격려의 뜻을 전합니다.

* 창작의 동기를 밝힌 문장에 시선을 멈추게 만든, <다시 꾸는 돼지꿈>의 글쓴이에게 그 꿈이 실현되기 바란다는 뜻을 특별히 전합니다.

김동환(크리에이티브인문학부 문학문화콘텐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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