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한성문학상 - 시 심사평> "시 창작을 하려는 그 선의의 의욕이 중요"

    • 입력 2019-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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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2-01 20:33
문태준 시인은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맨발>, <가재미>,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등이 있다.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애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제34회 한성문학상 시 부문 응모작들을 읽었다. 각각의 작품마다 시 창작의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시 창작에 있어서 수준의 낮고 높음이 제일로 중요한 게 아니라, 시 창작을 하려는 그 선의의 의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 창작을 통해 대상과 세계를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고, 또 나의 심연을 조리 있게 살펴볼 수 있으며, 나의 특별한 생각을 뭉클하게 혹은 날카로운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 창작을 통한 전언은 때때로 미약하거나 무용해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 어떤 방식의 전언보다도 유력한 움직임을 견인할 수 있고 또 내일의 시간에까지도 영향을 끼친다. 대학 내부에 창작의 풍토를 진작시키는 한성문학상이 오랜 전통으로 오늘에까지 이어져 온 것을 각별하게 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고심한 작품들은 <교회 첨탑> 외 4편, <할머니와 나의 노란 고무신> 외 4편, <은방울 웃음꽃> 외 4편이었다. <교회 첨탑> 외 4편은 시적 대상들을 바라보되 존재와 존재를 스밈과 교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했다. 한 사람의 말투를 ‘근육’의 사용에 빗대거나, 겨울의 시간을 ‘체온’과 견주어 진술하는 방식도 새로웠다. 이러한 시구들을 더 많이 창안한다면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할머니와 나의 노란 고무신> 외 4편은 일상을 관찰하는 시선이 정밀했다. 특히 함께 응모한, 고라니의 처지에 화자의 안타까워하는 내면을 겹쳐놓은 시 <고라니>는 마지막까지 당선작과 경합한 작품이었음을 밝혀둔다.

고심 끝에 <은방울 웃음꽃> 외 4편을 보내온 학생의 작품들 가운데 <은방울 웃음꽃>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 학생의 작품들은 수준이 고르고 안정적이었다. 시적 대상과의 미적인 거리도 잘 확보되어 있었다. 특히 <은방울 웃음꽃>은 뛰어난 수사를 자랑하는 시였다. 은방울꽃의 생김새를 청각기관의 ‘귓불’에 비유하고 이어서 그 귓불로 감각한 내용을 ‘웃음’과 ‘종소리’로 변주한 대목은 인상적이었다. 맑은 시심뿐만 아니라 감각을 교차 사용해 표현할 줄 아는 재주를 보여주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함께 응모한 모든 분들께도 격려를 보낸다.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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