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제품은 ‘10분 만에 구매’되고 ‘1년 동안 사용’된 후 버려진다. 이는 결국 ‘100년이 넘는 수명’을 가진 쓰레기를 남긴다. 그런데 여기 버려진 자원과 버리는 마음을 터치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환경뿐 아니라 품질까지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 ‘터치포굿’의 박미현(35) 대표다.
박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시민단체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 걸스카우트와 청소년 단체, 북한인권시민연합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는 정치보다 힘은 작지만 빠르고 긴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장점을 살려 사회적 기업인 터치포굿을 설립했다.
“터치포굿은 버려지는 자원들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상품을 만들어 결과물이 사람들의 마음에 닿게 한다는 의미를 가지기도 하죠. 사업은 크게 ‘업사이클 디자인’, ‘리싱크 솔루션’, ‘업사이클연구소’ 그리고 ‘도시형환경교육센터’ 등 4가지로 구성돼 있어요.”
업사이클 디자인(Upcycle design)은 개선하다(Upgrade)와 재활용하다(Recycle)를 합친 말로, 사람들이 버린 자원으로 상품을 만드는 사업이다. 재활용하다(Recycle)와 동기화하다(Synchronize)의 합성어인 리싱크 솔루션(Re-sync solution)은 사람들이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컨설팅 사업이다. 업사이클연구소는 버려지는 자원의 가치를 찾는 연구와 400여 가지 정도의 폐기물 DB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적합한 자원을 찾아주는 사업을 진행한다. 이어 등장한 도시형환경교육은 사람들이 이 모든 과정에서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사업이다. 이외에도 쓰레기의 발생을 줄이고자 최근 프리사이클 사업을 기획했다. 그는 프리사이클 사업으로 세제, 베이킹소다, 화분 영양제 뿐만 아니라 바디워시, 핸드워시, 샴푸 등 제품을 점차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을 제조사와 협의해 대량으로 가져온 후, 통만 가져오신 분들께 내용물을 가득 담아 드리는 거예요. 낭비되는 통을 줄일 수 있도록 기획한 거죠.”
업사이클 제품 생산 이외에도 박 대표는 환경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로 ‘숨은제비찾기’ 사업이다.
“제비는 자발적으로 사람 옆에 사는 새예요. 따라서 인구 밀도가 높을수록 제비가 많아야 합니다. 하지만 인구 밀도가 높다고 알려진 서울에서 제비를 찾기가 매우 힘들어요. 심지어 일부 8~9세 아이들에게 제비가 상상 속의 동물이라고 알려져 있죠. 그렇기에 저희는 멸종 위기종이자 보호 동물인 제비를 소재로 한 캠페인을 진행해 제비의 상황을 파악한 후 정책적으로 제안하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환경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그에게 가장 애정이 가는 제품은 무엇일까. 그는 교실 바닥으로 만든 스탠드를 꼽았다.
“스탠드는 많은 인기를 끈 제품 중 하나인데요. 학교 졸업생이 선생님에게 선물하기 용이하도록 제작했어요. 이 제품의 주재료가 교실 바닥이라는 점과 제품 이름이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라는 점이 인기 비결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그는 재활용 제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플라스틱 재활용 제품을 위해 수억 원씩 제작비를 들여 기계를 개발하기도 했다.
“플라스틱 페트병으로 만든 담요는 2013년부터 만들기 시작했지만 우리나라 페트병으로는 담요 생산이 쉽지 않았어요. 기계의 고장이 빈번히 일어나 결국 단종됐죠. 하지만 찾는 손님들이 꾸준히 늘어, 성능이 좋은 기계로 바꾸는 방법을 찾아 다시 진행하도록 계획했어요.”
박 대표는 버려지는 것들의 가치가 무한하다는 것을 알기에 일상생활 속에서도 환경을 먼저 생각했다. 그는 쇼핑할 때 포장지를 빼고 내용물만 받아온다. 동네 슈퍼에서 비닐을 받아오지도 않는다. 또 카페에는 텀블러를 들고 간다.
“제 행동에 대해 유난스럽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것은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처음 시도가 어렵지 꾸준히 하다 보면 사는 사람은 자원을 절약해서, 주는 사람은 재활용할 수 있어 행복을 느낄 수 있어요.”
이처럼 환경을 내 몸과 같이 생각하는 박 대표. 그의 목표는 확고하다.
“올해 터치포굿의 목표는 슈스쓰(슈퍼스타 쓰레기)입니다. 버려지는 것이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우리 기업의 목표예요. 환경을 생각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소비의 주체가 되는 대학생 분들이 많이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버려지는 자원을 쓸모있게 바꾸는 터치포굿. 박 대표의 말처럼, 이제부턴 ‘쓰레기’가 아닌 ‘쓰레기 속 가치’를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안현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