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10년 전의 일이다.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발목까지 잠기는 눈이 반가운 마음에 조금 들떠있었다. 아무도 밟지 않았던 길에 덤벙대며 발자국을 남기다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리가 부러지고, 119가 출동했다. 그날 다리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았다. 한쪽 다리를 못 쓰다보니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부터 불편한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두 발로 온전히 땅을 딛고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그 일상이 그때만큼 절실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평온한 일상이 깨져 내 손을 떠나버렸을 때 비로소 일상의 소중함이 다가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일상도 달라졌다.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교육의 현장도 많이 달라졌다. 온라인 강의 6주차 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는 내 모습이 익숙하지 않다. 학생들에게도 대학교 수업을 전적으로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온라인 수업 1·2주차 때에는 온라인 강의를 제작하는 데 급급해 강의실에서 수업 할 수 있기만을 고대했다. 한 달이 지난 지 금,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내게 던진 물음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이 나날이 발전해 가는 시대에 많은 직업이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교육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신기술의 등장으로 미래의 교육 현장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강의실 수업의 소중함’을 떠올릴 때가 많아졌다. 학생과 교수자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상호작용하는 현장이야말로 변할 수 없는 교육의 본질적인 모습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기술의 발달은 교육의 보조적인 수단이 될 수는 있어도 그것이 교육의 중심에 서지는 못할 것이다. 온라인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에 살아도, 과학기술이 더 발전한다고 해도, 한 공간 안에서 서로 눈빛을 교환해 가며 수업을 할 때 비로소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그 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노정은(크리에이티브인문학부 한국어교육)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