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개 속의 청년들 (한성대신문, 556호)

    • 입력 2020-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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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5-23 17:18

“나 한 달 무급 휴직이야” 오랜만에 만난친구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대학 졸업 후취직한 지 갓 6개월 넘은 친구였다. 그는 권고사직과 무급 휴직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그의 회사는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여파로 큰 피해를 받은 곳 중 하나였다.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매출이 급격하게 줄면서, 수익창출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함께 줄여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기업은 임금을 줄이거나 고용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청년에게 전달됐다. 기자는 취재를 진행하며 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청년의 체감 실업률은 2015년 이후 최악의 상태였다.

청년 경제가 바이러스 확산에 큰 타격을 입은 데에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상황이 배경에 깔려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창출, 보조금 지원 등 청년 고용률을 높이고자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생각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4대 보험이 적용되고,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의 수는 계속 줄었다.

좋은 일자리의 수가 증가하지 못한 가운데 코로나19가 찾아오면서 이제는 아르바이트 같은 단기 일자리조차 귀해지고 있다. 지난 4월 경기도에서 모집한 시간제 아르바이트생의 경쟁률은 27대 1에 달했다. 돈이 급한 청년이 고수익 알바라는 홍보에 보이스피싱, 도박사이트에 걸려드는 일도 증가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청년은 의욕을 잃었다. 구직을 포기한 청년이42만 6천 명을 넘어가고 있다. 사회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청년은 많지만 코로나19와 정부의 유명무실한 정책은 청년을 울리고 있다. 취재 중 한 교수는 정부의 정책이 너무 단기적이라며 비판했다. 정리해고 문제, 비정규직채용 문제 등 근본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는 아직도 쌓여있다.

코로나19라는 안개가 짙게 깔린 가운데청년은 도무지 잡히지 않는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안개가 걷힌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청년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박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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